미국과 북한의 접촉 확대(사설)
수정 1990-01-16 00:00
입력 1990-01-16 00:00
우리는 먼저 미ㆍ북한간의 접촉이 새로운 세계 정세와 한반도 냉전체제의 변화를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북한측의 탈 고립정책에 따른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자 한다. 아울러 북한에 이런 인식의 변화를 갖게끔 미ㆍ일 및 소ㆍ중의 개별적인 노력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주목하게 된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구조가 88서울올림픽을 고비로 해서 「교차교류」의 방향으로 진행되어 온 것은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다만 북한만이 그것을 「한반도 분단 고착화」라고 거부하며 폐쇄를 고집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러 소련이 평양측의 그러한 「탈 냉전체제 거부」에도 불구하고 정경분리의 원칙밑에 사실상 한국과의 교차교류를 공식화한 사실을 평양 당국은 간과해서는 안된다.
소련은 최근 한국과의 영사급 교류를 다지기 전후하여 한국의 유엔가입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교차교류가 필연적으로 교차승인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이는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한반도 유관국가로서의 미국이 북한과 교류를 트고 그들을 개방된 세계로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로서도 환영할 일이다.
객관적으로도 현재 북한측은 더 이상 고립정책을 고수할 명분도 실리도 없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일성은 지난번 신년사를 통해 남북간 「자유내왕」을 위한 「장벽 제거」를 미측이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연례적인 비난의 대상이 된 팀스피리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가 주장한 「장벽 제거」에 관해서는 한반도에는 제거될 장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반도에는 40년전에 그들이 도발한 동족전쟁같은 참화를 다시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휴전선의 완충지대가 있을 뿐이다. 그 휴전선 일대에 전력의 대부분을 전진배치한 그들이 바로 장벽제거에 나서야 한다.
팀스피리트에 관해서도 이미 한미 양국이 규모축소를 발표했고 그들에게 훈련참관을 요청했다. 남북간 장벽을 제거해야 할 쪽은 북한인 것이다.
미ㆍ북한의 빈번한 접촉에도 불구하고 개방과 개혁의 바람을 지금 당장 북한에 불어 넣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신들의 자존심때문에도 그러할 것이고 현재로서도 김일성 정권은 갑작스러운 개방과 개혁을 그들 체제와 정권의 위기요인으로 생각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와 주변국들은 북한과 그 당국자들에게 그러한 위기의식을 주지않는 방식으로 문호개방을 꾸준히 유도할 필요가 있다. 미ㆍ북한 접촉이 한반도문제 해결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으며 주의 깊게 지켜보고자 한다.
1990-01-1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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