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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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01-13 00:00
입력 1990-01-13 00:00
「순오지」를 쓴 현묵자 홍만종은 「명엽지해」도 썼다. 이건 각종 민담과 야설을 모은 책. 거기에 노목궤(버드나무궤) 얘기가 나온다. ◆한 촌로에게 딸이 있어 사위를 고른다. 버드나무 궤를 짜서 쌀 쉰닷말을 넣어놓고 궤의 나무이름과 쌀 몇말이 들었는가를 알아맞힌 사람에게 딸을 준다고 했다. 아무도 못 맞힌다. 안달이 난 딸이 한 바보 장사치에게 사실을 알려줘서 혼인을 한다. 하루는 장인이 소를 사왔다. 그걸 본 사위 왈 『이건 버드나무 궤로고. 쌀은 쉰닷말이 들었고』. 딸이 가르친다. 『그럴 때는 소의 입을 벌려 「이빨이 적군」하고 꼬리를 들추면서 「새끼를 많이 낳겠구려」 하는 법이예요』. 바보사위는 아파 누운 장모의 입을 벌리면서 『이빨이 적군』 하고 이어 궁둥이를 들추면서 『새끼를 많이 낳겠구려』 한다. ◆현묵자가 이 민담을 쓴 까닭이 있다. 상황이 변하는 데 따라 대처할 줄을 모르고 한번 배운 옛 생각에 집착하는 것이 사람들의 어리석음임을 지적하고자 함이었다. 사람들은 바보사위를 비웃었다. 『소를 버드나무로 보고 사람을 소로 보았다』면서. 하지만 그 사람들 또한 알게 모르게 바보사위 짓들을 한다. 현묵자가 말하고 싶었던 대목이 이것이다. ◆스탈린한테서 배운 스탈리니즘을 지금껏 신봉하여 오고 있는 동유럽의 마지막 보루 알바니아. 동유럽 다른 나라들의 개방ㆍ개혁에 코방귀를 뀌며 핏대까지 올린다. 그거야 말로 바보사위 짓임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그렇긴 해도 북녘에서부터 불어 내려오는 강풍을 막을 수는 없나보다. 제2도시 슈코더르에서의 대규모 반체제 소요사태 이후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으니 말이다. 「억측」이라고도 하지만 불 안땐 굴뚝에 어찌 연기가 나랴. ◆지구촌의 바보사위는 또 있다. 불행하게도 바로 우리의 북녘땅에. 유학생들 불러들이고 한다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걸까. 조만간 바람은 불어 닥치겠지.
1990-01-1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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