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하재봉의 영화읽기]하치이야기
수정 2010-03-28 11:26
입력 2010-03-28 00:00
대학교수인 파커(리차드 기어)는 퇴근길 기차역 플랫폼에서 길 잃은 강아지를 발견한다. 파커 교수의 부인(조안 알렌)은 남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 안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을 반대했지만 어린 하치를 끔찍이 아끼는 파커를 보고 받아들인다. 일본의 아키타견인 하치는 기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파커를 따라 아침 출근길에 기차역까지 배웅하고 저녁 퇴근시간인 오후 5시가 되면 기차역 앞 공원까지 마중 나가서 파커를 기다린다.
할리우드판 영화에서는 하치가 기차역에서 주인이 분실한 것으로 처리되어 있다. 갈 데 없는 하치를 집으로 데려와서 부인의 반대 끝에 겨우 함께 살기 시작한 것도 원작과는 다르다. 또 파커 교수 사후 실제로는 가족이 뿔뿔이 헤어지자 낯선 사람 집에 맡겨졌다가 하치는 도망쳐 시부야 역으로 오지만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교수의 딸이 기르다가 하치가 기차역으로 달려가고 싶어 하는 것을 알자 놓아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원작이 각색되는 과정에서 할리우드 입맛에 맞게 가족주의의 강화라든가 주변부 인물들의 등장 등 변화된 모습은 있지만 라세 할세트롬 감독의 연출은 세밀하게 섬세해서 원작 못지 않은 감동을 안겨준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하치와 파커 교수의 교감인데 특히 비바람 부는 밤, 헛간에 하치를 혼자 있게 한 것이 마음에 쓰인 파커 교수가 자다가 일어나 헛간에 달려가서 하치를 데리고 와 거실에서 함께 지내는 장면은 왜 하치가 죽을 때까지 파커 교수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는가를 설명해 주는 좋은 단서가 된다.
파커 교수가 세상을 떠난 후 혼자 남은 하치에 대한 묘사도 좋다. 후반부에 해당하는 영화의 1/3이 교수 없이 하치 혼자 기다리는 일을 반복하는데 주변 인물과의 교감이나 하치의 외로움, 그리고 변함없이 교수를 기다리는 하치의 마음이 섬세하게 살아나면서 오히려 파커 교수와의 교감이 진행되는 전반부의 감동과 파괴력을 훨씬 뛰어넘는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개는 영화에서도 수없이 많이 다루어진 소재지만 <하치이야기>에 등장하는 하치와 파커 교수의 이야기는 특별하게 기억될 것이다.
글_ 하재봉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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