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 5 라운드 >이겨 있는 바둑을 기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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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10-02 00:00
입력 2006-10-02 00:00

●흑 이상훈 9단 ○백 박지은 6단

이상훈 9단은 3라운드에서 이상훈 6단에게 승리했다. 그 바둑은 동명이인끼리의 대결이어서 상당히 이채로운 대국이었다. 당시 한게임에서는 그 바둑을 생중계 해설하려고 했지만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다. 한게임에서 대국하려면 ID를 만들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프로기사의 ID는 이름에 ‘프로’ 또는 ‘프로기사’라는 단어를 붙여서 만든다. 그런데 두 기사는 이름이 똑같기 때문에 구분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이상훈프로기사大’와‘이상훈프로기사小’라는 ID를 만들어서 해결했지만 이용자에게 혼선을 준다는 이유로 해설에서 제외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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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도(145∼149) 백이 우상귀에서 큰 수를 내고 살면서 단번에 역전이 이루어졌다. 미세했던 형세에서 백이 약 17집 정도의 이득을 봤으므로 역전이 안 되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흑의 입장에서는 불행 중 다행이 선수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반상 최대인 흑145,147의 끝내기를 할 수 있었다. 대략 14집 정도의 끝내기이다.

결과적으로 백은 좌상귀를 방치하고 우상귀 끝내기를 한 셈이므로 안팎으로 계산해 보면 종합적으로 3집의 이득을 본 셈이다. 반집승부였던 상황에서 3집의 이득을 봤으므로 현재 형세는 백이 3집 정도 좋다. 즉 반면으로는 흑이 3집 정도 앞서 있지만 6집반의 덤은 도저히 지불할 수 없는 형세인 것이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 박지은 6단은 백148, 흑149를 하나 교환하더니 갑자기 불계패를 선언했다. 상대 대국자인 이상훈 9단이나 관전자들 모두 깜짝 놀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검토실에 있던 기사들이 몰려와서 유리한데 왜 돌을 거뒀냐고 질문하자, 놀란 것은 오히려 박지은 6단이었다. 중반 중앙에서 워낙 크게 망했기 때문에 줄곧 형세를 비관하고 있었고, 미세해졌던 사실이나 역전했던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필승의 바둑을 역전패 당하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이겨 있는 상태에서 진 줄 알고 기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바둑은 이처럼 어처구니없이 끝났다. 승리를 거둔 이 9단은 이로써 5연승. 실력과 함께 운도 따르니 이번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은 이 9단에게 행운의 기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운이 어디까지 갈지도 관심거리이다.



149수 끝, 흑 불계승

유승엽 withbdk@naver.com
2006-10-02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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