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삶’을 말한다
수정 2009-03-10 00:30
입력 2009-03-10 00:00
컬렉터 헨리 불의 손 사진·조각 모음전
대림미술관 제공
대림미술관이 오는 5월4일까지 전시하는 ‘불 컬렉션:이야기하는 손(The Buhl Collection: Speaking with Hands)’ 에 출품된 사진의 이야기다. 그 손들은 유혹하기도 하고, 애무하거나 환호하는가 하면, 명상에 잠기기도 하고, 때론 겁을 주기도 한다. 파괴하는가 하면, 무언가 생산하는 손도 있다.
●대림미술관서 5월 4일까지… 불 컬렉션 중 148점 전시
‘컬렉션’을 주제로 2006년부터 기획전시를 열고 있는 대림미술관은 네번째로 ‘불 컬렉션’을 소개하고 있다. 불 컬렉션은 미국의 자선사업가이자 컬렉터인 헨리 불(79)의 수집품이다. 불은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업계와 연결돼 있는 집안 출신으로 젊은 시절 상당한 유산을 물려받고, 그 스스로가 스위스와 뉴욕 등에서 투자를 해 수집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했다고 한다.
불은 1993년 10월 미국 사진작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가 자신의 부인이자 화가인 조지아 오키프의 손을 촬영한 ‘골무를 낀 손’이란 사진을 처음으로 구입하면서 컬렉터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그 후로 손을 소재로 한 사진을 모아나갔고, 그 결과 1000점이 넘는 사진을 보유하게 됐다. 최근에는 손과 관련한 조각을 모으고 있다. 수집기간은 15년에 불과하지만, 1840년대 윌리엄 헨리 폭스 탈보트의 사진부터 만 레이, 다이안 아버스, 낸 골딘, 어빙 펜, 그리고 현대 사진작가로 에디션 한 장에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안드레아 구르스키의 작품 등 160년의 사진역사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피카소·장 콕토 등 유명인 손 사진도
이번 전시는 불 컬렉션에서 10분의1 정도가 나온 것이다. 사진작가 104명의 사진 116점과 조각가 32명의 조각 32점 등 모두 148점이 전시된다. 페르난도 보테르의 포동포동한 ‘손’과 아네트 메사제의 ‘장갑-마음’, 로댕의 ‘오른손의 표준’, 조지 시걸의 ‘부서진 조각:비너스의 몸짓’ 등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들이 적지 않다.
예술가와 유명인사들의 다양한 손이 선보인다. 베레니스 애보트가 촬영한 장 콕토의 손, 로베르 두아노가 찍은 식탁 앞의 피카소는 빵으로 만든 손을 코믹하게 내놓았다. 피카소의 진짜 손도 볼 수 있다. 피카소의 주먹 쥔 손 주형을 뜬 조각품을 찍은 사진이 있기 때문이다. 불이 컬렉션한 서도호와 노상균의 설치작업과 조각작품도 소개된다.
‘불 컬렉션’전은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2004년), 러시아 모스크바 현대미술관(2006년), 미국 플로리다 노턴미술관(2008년)을 거쳐 아시아에서는 첫번째로 열리는 순회전이다. ‘손’이 워낙 보편적 주제이다 보니 전시된 나라마다 문화적·사회적 차이에 따라 제각각으로 해석하고,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한국전시가 끝나면 중국, 타이완, 일본 등으로 순회전을 계속한다. 어른 4000원, 청소년 2000원. (02)720-0667.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2009-03-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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