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짚기-서태지 공연장의 40대들 여전히 “태지”
수정 2008-12-08 00:00
입력 2008-12-08 00:00
이날 ‘서태지 심포니 위드 톨가 카쉬프 앙코르’ 공연이 열린 체육관 앞,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젊은 팬들 사이에 대중가수 콘서트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아줌마·아저씨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아이에게 직접 들려주고 싶었어요.”공연을 기다리던 30대 초반의 부부는 서너살 된 딸과 함께 온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데뷔할 때부터 팬이었거든요.‘엄마는 저 사람의 음악을 듣고 자라왔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애 맡길 곳도 마땅치 않았구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어린 아이와 찾아올 만큼 서태지가 대단한 걸까? 서태지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그냥 좋은 거지.”
‘우문에 현답’을 뒤로 한 채 3층 관람석으로 올라갔다.이날 공연의 관람석은 1층 스탠딩석 및 2·3층 좌석으로 구분됐다.1층은 공연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보며 몸을 흔들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주류를 이룬 반면,2·3층에는 나이든 어른들의 모습이 제법 눈에 띄었다.
기자 일행의 오른편과 앞 좌석에는 40대 주부들이 2명씩 짝지어 앉았고,왼쪽에는 40대 초반의 주부가 딸 2명을 데리고 관람했을 정도로 아줌마들이 많았다.
서태지는 ‘컴백홈’ 등 예전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노래로 나이 많은 팬들과의 감흥을 이뤄냈다.특히 서태지가 ‘난 알아요’를 하기전 “모두 각자 팔짱을 끼고 춤을 따라해 달라.”고 했을 때,관객들은 나이를 초월해 ‘팬’으로서 하나가 됐다.
의정부에서 왔다는 40대의 최모(여)씨는 이런 모습들에 대해 “나도 같이 어려지는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그는 “어린 친구들과 열광적인 분위기를 즐기는 게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는 “막 뛰어놀 수 있는 젊음이 부럽다.”고 답했다.
이와는 달리 공연을 전부 즐기지 못하는 중년의 남성도 눈에 띄었다.공연 도중 객석 뒤쪽에서 쉬고 있던 한 40대 중반의 가장은 “그나마 예전 노래는 몇 개 알았는데 요즘 것은 통 모르겠다.가사도 잘 안 들린다.”고 말했다.그러면서도 그는 40세의 아내가 좋아하기에 공연장에 왔다고 설명했다.
“요즘 같이 살기 어려운 때 티켓값 13만원이면 좀 비싸지.그런데 애 엄마가 좋아해서 같이 왔어요.뭐 나도 싫지는 않고….가끔은 질투도 나.아무래도 이 사람은 결혼을 두 번 한 거 같아.나랑 한번, 저 친구(서태지)랑 한 번….”
이날 공연은 1시간 30분 정도 펼쳐졌다.서태지는 “오늘은 앙코르 없이 그냥 끝내겠다.”고 예고한 대로 ‘버뮤다 트라이앵글’을 끝으로 무대 뒤로 사라졌다.하지만 대부분 관객들은 한동안 서태지를 부르며 자리를 지켰다.기자 일행 앞 줄에 앉은 40대 여성 2명도 기도하듯 양 손을 잡고선 자리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40대인 그들은 37세의 서태지를 뭐라고 부를까? 오빠?
”태지 갔나 봐.앙코르 진짜 안 할 거 같은데….” 궁금증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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