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영화] 벨로리종
이은주 기자
수정 2008-06-21 00:00
입력 2008-06-21 00:00
친구들과 연락이 끊겨 당분간 호텔에 머물게 된 칼은 관리인 부부의 딸인 애스메(일로나 델 말르)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10개월된 딸을 혼자 키우며 객실 일을 돕고 있는 어린 미혼모인 에스메는 칼과 사귀면서도 이질감 때문에 괴로워 한다. 칼의 친구들을 만난 에스메는 사회적 신분 차이로 둘 사이엔 넘지 못할 장벽이 있음을 절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칼은 재력가인 부모님이 파산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고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진다.
영화에는 이렇다할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 작품의 힘은 거기에서 비롯된다. 특별한 흥미장치 없이 등장인물들 간에 빚어지는 자잘한 해프닝과 간극에 주목함으로써 드라마에 단순 코미디 이상의 질감을 부여한다.
영화 특유의 묘미는 첫 장면에서부터 포착된다. 주인공 칼이 개를 죽이고 난 뒤 무표정한 모습으로 명품 잡지를 찢어버린다거나, 칼과 에스메가 차를 타고 몰래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 사이로 느닷없이 돌이 굴러떨어져 내리는 장면 등이 그렇다. 인물들이 심각한 극중 상황들에 ‘무심하게’ 대처하게 만든 것은 영화적 의도이다.
감독은 벨기에 출신의 신인 여성 감독 이네 라바당. 이방인 칼과 그로 인해 소외감에 휩싸인 에스메를 통해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섬’이라는 메시지를 담담한 어조로 묘사한다. 룩셈부르크를 배경으로 잡은 덕분에 한적하면서도 쓸쓸한 북구의 정취가 메시지의 울림을 더했다.2005년 개봉작. 원제 Belhorizon.85분.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2008-06-2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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