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신춘문예-시조당선작] 까마귀가 나는 밀밭/임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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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01-02 00:00
입력 2008-01-02 00:00

임 채 성 -‘오베르’**에서 보내온 고흐의 편지

윤오월 밑그림은 늘, 눅눅한 먹빛이다

노란 물감 풀린 들녘 이랑마다 눈부신데

그 많던 사이프러스 다 어디로 가 버렸나

소리가 죽은 귀엔 바람조차 머물지 않고

갸웃한 이젤 틈에 이따금 걸리는 햇살

더께 진 무채색 삶은 덧칠로도 감출 수 없네

폭풍이 오려는가, 무겁게 드리운 하늘

까마귀도 버거운지 몸 낮춰 날고 있다

화판 속 길은 세 줄기, 또 발목이 저려온다

모든 것이 떠나든 남든 내겐 아직 붓이 있고

하늘갓 지평 끝에 흰 구름 막을 걷을 때

비로소 소실점 너머 한뉘가 새로 열린다

/ci0009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유화그림.

**오베르 쉬르 와즈:파리 북쪽의 시골마을.‘생레미’의 정신병원을 퇴원한 고흐가 약 두 달간 살다가 죽은 마지막 정착지로 그의 무덤이 있다.
2008-01-0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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