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 시집 ‘드러남과 드러냄’ 펴내
정서린 기자
수정 2007-05-28 00:00
입력 2007-05-28 00:00
시인은 일상의 마룻바닥에 묻어둔 오래된 기억들을 이번 시집에 고스란히 불러냈다.
시인은 중·고등학교 졸업앨범 속 옛 기억들을 더듬으며 과거와 오늘을 넘어 자신의 늙어가는 시간과 모습까지 그려내고 있다. 모두 합치면 6000여행에 이르는 90여편의 시는 사실상 두권 분량이지만 따로 떼어낼 수 없어 한권으로 묶었다.
1980년 등단,20여 년간 장르를 넘나들며 100여권의 책을 펴낸 시인은 “하도 정신사납게 살아서 나를 좀 들여다보기 위해 만든 시집”이라고 소회를 털어놨다.“늙는다는 게 한편으론 쓸쓸하지만 육체의 무게가 갈수록 가벼워지니 따지고 보면 젊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했다. 시인은 자신의 늙음을 관조하며 아내의 늙어가는 시간을 감싸안는다.
“아내는 살아서 죽음을 보고/있는 것처럼 밥상을 건넨다. 나는 모처럼/손을 내밀며 죽어서 삶을 보고 있는 것처럼/상을 받는다. 된장국 냄새가 구수하다. 우리/부부의 말년은 만년일 것 같다. 괜찮을 것/같다”(‘실업의 잡무’중에서)
시인은 이번 작품을 ‘만년작’에 비유했다.“모차르트가 일찍 죽었어도 늙고 경쾌한 음악들이 많아요. 나이들수록 더 경쾌해진다고 할까, 투명해진다고 할까, 명징해진다고 할까, 이런 게 필요한데 우리 문학엔 드물죠. 만년작이란 다소 난해하지만 자기가 만든 법칙으로부터도 자유로운, 그러면서도 한없이 깊은 작품을 말합니다.”
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단 두 달만에 집중적으로 써내려 갔다고 한다. 시인의 말대로 “시란 수줍은 물건”이지만 “산다는 게 시큼하게 감동적”인 까닭 또한 시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케 하는 시편들로 가득차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07-05-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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