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작가를 찾아서] 담배·사탕 그리는 사실주의 작가 안성하
임창용 기자
수정 2006-10-03 00:00
입력 2006-10-03 00:00
“삶의 흔적 밴 담배에 내가 중독됐죠”
●독성·감미로움 지닌 담배의 ‘양가성´
(담배를) 감미롭게 사랑하다가 재떨이에 비벼 꺼 용도폐기하는 게 영 개운치 않았을까. 그는 이를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끝없는 고민의 찌꺼기’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투명한 유리병에 담아 정성스럽게 그려낸다.50여년 전 미국 작가 필립 거스턴이 버려진 구두뒤창을 고집스레 그리며 바쁜 현대 도시인들의 흔적을 찾아나섰듯 말이다.
●감성 담은 사실주의 작품
그가 지난해부터 그리고 있는 사탕도 마찬가지다. 어릴적 부터 무척 좋아했고, 먹지 않고 담아 두기만 해도 기분좋았다는 사탕. 얼핏 독한 담배의 반대 끝에 서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건강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이 터부시하는 기호품이란 점에서, 담배 못지않은 양가성을 띤다. 영화 ‘박하사탕’에서 주인공이 어릴 적 추억의 달콤함을 그리워했듯, 작가의 유리병 속 사탕은 각박한 현대인들이 추억하는 달콤함이 진하게 배 있다.
●국내외 경매·아트페어서 각광
안성하는 요즘 국내외 미술계가 주목하는 젊은 작가군의 대표주자다. 지난달 뉴욕 소더비경매에선 작품 1점을 출품, 대부분의 젊은 작가들이 부진한 가운데서 2000여만원에 팔리는 등 최근 국내외 경매와 아트페어에서 꾸준한 성과를 거두었다. 내년 1월엔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가질 예정.
작가는 최근 젊은 작가들의 부상에 대한 미술계 일각의 곱지 않은 시선이 몹시 서운하다. 튀는 재료와 기법만을 내세워 장난하듯 만들어낸 유행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한 반발이다. 자신은 7년 정도밖에 안 됐지만 상당수 작가들이 이미 10년,15년 전에 시도한 사실주의 작업들이 이제 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임을 알아달라는 것이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대에 입학, 학부와 대학원 6년간 학원강사를 병행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조달했다는 ‘또순이’ 작가 안성하. 담배와 사탕으로 성공시대를 열고 있는 그가 다음엔 무엇을 그릴지 궁금하기만 하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2006-10-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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