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의 끝없는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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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4-07 00:00
입력 2006-04-07 00:00
속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더 빨리 움직이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 욕심만큼 열차와 자동차, 비행기 등 운송 수단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광속을 뛰어넘는 속도에 대한 탐구도 이뤄지고 있다. 최고 속도를 향한 인간의 노력과 결실, 한계를 짚어본다.

시속 3000㎞ 고속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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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탐사위성 ‘헬리오스’
태양 탐사위성 ‘헬리오스’
땅에서 달리는 것 가운데에는 먼저 고속철을 생각해볼 수 있다. 최근 중국도 베이징∼상하이 1318㎞ 구간을 5시간에 주파할 수 있는 고속철도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고속철은 구동식과 비구동식으로 나뉜다. 구동식은 바퀴가 달린 것이고, 비구동식으로는 자기부상 열차가 대표적이다.

구동식 고속철 가운데 가장 빠른 열차로는 프랑스 알스톰사의 테제베(TGV)가 시속 515.3㎞ 기록을 갖고 있다. 이는 시험 기록이고 현실적으로는 일본이 최근 시속 360㎞로 달릴 수 있는 신칸센 열차를 발표했다. 지난해말 시험 운행에 성공한 한국형고속철(G7)도 시속 35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기부상열차로는 일본에서 개발된 MLX가 시속 581㎞의 시험 기록을 갖고 있다. 실제 운행되는 것 가운데에는 독일의 트랜스래피드가 중국 상하이에서 운행하고 있는 자기부상열차가 사람을 태운 상태에서 시속 501㎞로 달리는 데 성공한 적이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이영훈 팀장은 “구동열차는 레일과의 마찰이 한계점을 넘으면 바퀴가 헛돌게 되므로 이론적으로는 자기부상열차가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면서 “독일에서는 자기부상열차가 시속 2000∼3000㎞까지 달릴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지만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지상에서 가장 빨리 달린 자동차의 기록은 시속 1227.95㎞. 마하 1.02로 음속보다 빠른 속도다. 스러스트 슈퍼소닉카(SSC)라는 자동차가 지난 1997년 10월 미국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에서 진행된 속도 측정에서 낸 기록이다. 시판용 자동차 가운데에는 이탈리아의 부가티 베이론 16.4가 최고 속도 407㎞를 자랑하고 있다. 한성과학고 장동호 교사는 “결국 속도의 문제는 추진력과 저항력에 의해 좌우된다.”면서 “공기 저항, 지면 마찰 등 저항력을 줄여야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속 70㎞로 나는 탐사위성

땅을 벗어나면 속도의 세계는 한 단계 높아진다. 단위도 마하(시속 1224㎞)나 초속이 많이 쓰인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유인 항공기 가운데에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미 공군·해군 등이 합작 개발한 X-15가 마하 6.7로 최고 속도 기록을 갖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항공기에 실려서 일정 고도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자체 엔진으로 지상에서 이륙하는 항공기로는 미국 록히드사에서 개발한 정찰기 SR-71가 마하 3 정도로 가장 빠르다. 최근 NASA는 무인항공기 X-43A가 마하 9.8로 10초 동안 비행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우주공간에서는 공기 저항이 없고 인력이 작용해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진다. 태양 탐사위성 헬리오스2는 초속 70.2㎞(시속 25만 2800㎞)를 기록했으며 이는 인간이 만든 물체 가운데 최고 속도로 기록돼 있다.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로켓 등의 추진에 의해 가장 빠른 속도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정작 가장 빠른 속도는 태양의 인력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빛보다 빠른 물질?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빛보다 빠른 입자는 없다. 광속은 초속 29만 9792㎞다. 광속을 내려면 무한대의 질량과 힘이 필요하므로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항공우주연구원 박창수 박사는 “사람이 탄 물체가 광속의 절반이라도 속도를 얻기까지에는 약 3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면서 “여기에 엄청난 양의 연료, 이를 뒷받침할 엔진의 재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역시 현실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는 특수한 조건 아래에서는 광속을 넘어서는 물질도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이 가상의 물질을 ‘타키온’이라고 이름 붙였다. 한국고등과학원(KIAS) 이기명 교수는 “정보와 에너지를 실을 수 있는 물질 가운데 빛보다 빠른 것이 있느냐는 것이 관건인데 아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광속보다 빠른 물질이 나타날 경우 시간 여행도 가능할 것이고 물리학은 다시 써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2006-04-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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