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손님은 왕이시다’서 첫 주연맡은 성지루
수정 2006-02-10 00:00
입력 2006-02-10 00:00
예를 들자면 안창진이 이발소에서 협박자 김양길(명계남)에게 뺨을 맞는 장면. 그냥 때리지 말고 수십대를 때리되 속도와 강도를 점차 높이자고, 그래서 제대로 맞겠다고 먼저 나섰다. 그것도 안창진의 얼굴만 찍는 원신 원테이크로.“연극에서도요, 처음에 한두 대 맞으면 막 웃어요. 어눌한 사람이 맞으면 재밌거든요. 그런데 이게 열대 스무대가 넘어가면 공포가 돼요. 객석이 조용해지죠. 그러면서 그 인물이 관객들 눈앞으로 화∼악 당겨지거든요.”‘협박자에게 굴복하는 소심한 이발사’는 이 단 한 장면으로 완성된다. 여기에다 영화 ‘초록물고기’의 ‘셰퍼드론’을 살짝 비튼 김양길의 대사도 맛깔난다.
원조교제하려고 여관을 찾았을 때도 그렇다. 안창진이 부스럭대며 ‘∼했삼’ ‘∼하셈’ 같은 인터넷 언어가 담긴 종이를 꺼내들어 말투를 흉내낸다. 그런데 정작 대사의 내용은 ‘부모님은 니가 이러는 거 아느냐.’는 식의,‘진상’스러운 것들이다. 이것도 그의 아이디어. 원조교제를 ‘즐기는’ 안창진이 아니라 아내 전연옥(성현아)에게 눌려 지내는 안창진이 하나의 탈출구로서의 원조교제를 택했고, 그래서 어린 소녀에게도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섰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여러 모로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지만 고민도 있다. 아무래도 주연에게는 흥행의 책임도 따르는 법.“영화는 시간 순으로 편집됐는데, 원래 시나리오는 시간 순을 꼬아 놔서 정말 기묘한 긴장의 연속이었거든요. 그래서 딱 마음에 들었는데 대중적일까 하는 고민은 있었죠. 그래서 그땐 100만 관객 예상했어요. 그런데 실제 촬영하면서 200만, 만들어진 거보니까 300만명은 가능하겠던데요. 입소문 나면 400만명까지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사진 남상인기자 sanginn@seoul.co.kr
2006-02-1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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