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 “남한방송이 탈북 계기됐다”
홍지민 기자
수정 2005-11-09 00:00
입력 2005-11-09 00:00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원장 유균)은 지난 5∼6월 중 3주 동안 북한 이탈주민 154명을 대상으로 면접과 심층 집단인터뷰를 거쳐 분석한 결과, 이들의 하루 평균 TV 시청시간은 216분으로 남한 평균 181분보다 35분이 많았다고 8일 밝혔다. 특히 주말 시청시간은 316분으로 남한(217분)보다 무려 100분가량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TV를 보는 동기로 ‘세계의 정세를 알기 위해’(77%),‘남한 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하기 위해’(61.5%) 등을 꼽았다.
가장 선호하는 TV프로그램 장르는 뉴스 등 보도물과 드라마로 나타났다. 하지만 뉴스와 드라마의 이용 정도가 높을수록 남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진흥원은 그 이유를 남한 뉴스가 사건, 사고와 사회집단간 갈등 등 부정적인 측면에 초첨을 맞추고, 드라마도 불륜이나 빈부 갈등의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 북한 이탈주민의 66%가 라디오를 듣고 있으며, 이용 정도는 하루 평균 청취시간이 125분으로 TV보다 현저하게 적었지만, 남한 평균(43분)에 비해 3배나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한편 북한 주민들에 대한 대북방송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라디오를 소유했던 북한 이탈주민(47.8%)이 북한에 있을 당시 대북방송을 청취한 경험(45.7%)이 있으며, 북한 이탈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응답이 14.3%나 됐고, 보통 이상의 영향을 받았다는 답도 70%에 달했다.
성숙희 책임연구원은 “북한 이탈주민이 즐겨보는 TV프로그램들이 남한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의 미디어 이용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인터뷰 동안 ‘해신’과 ‘불멸의 이순신’을 즐겨보고, 거부감도 없었다는 응답이 많았다. 북한과의 방송 프로그램 교류에 있어서 이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05-11-09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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