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남방장성배 특별대국] 중국식 끝내기의 승부수
수정 2005-11-01 00:00
입력 2005-11-01 00:00
그러나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바둑은 초읽기가 없이 각자에게 주어진 50분 내에 반드시 모든 수를 두어야 하기 때문에 천천히 집을 계산할 시간이 없다. 따라서 두 기사는 한집이라도 더 이득을 보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하변의 패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추어 바둑에서는 종반전 끝내기에서 패싸움이 벌어지면 대체로 불리한 쪽이 팻감이 많다. 불리한 쪽은 이곳저곳에서 많이 잡혔을 터이므로 팻감으로 사용할 곳이 많은 것이다.
그렇듯 이 바둑도 팻감은 백이 월등히 많다.
백 294로 패를 따내고 흑 295로 팻감을 썼을 때 백은 패를 해소했는데, 사실 아직도 백은 팻감이 충분하기 때문에 이 패를 받아줘도 문제가 없다. 그런데 창하오 9단은 흑 295에 불청하고 백 296으로 패를 해소했다. 엄밀히 따지면 창하오 9단의 실수이지만, 이것이 이 바둑을 절묘한 종국으로 만드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흑 297, 백 298로 선수 2집을 이득 본 뒤에 흑 299로 이어서는 패싸움에서 흑도 크게 손해를 본 것이 없다. 이후 한두 집의 잔 끝내기를 계속하다가 흑 307, 백 308이 교환된 시점에서 우리나가 같으면 사실상 종국이다. 더 이상 한집의 끝내기도 없기 때문이다. 그랬으면 흑의 반면 14집 승리. 덤을 제하고도 너끈히 이겨 있다.
그런데 이 바둑은 중국에서 두는 만큼 바둑 규칙이 중국룰이다. 창하오 9단은 미세하게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백 312, 흑 313을 교환한 뒤에 315의 곳을 잇지 않고 314부터 공배를 메우는 중국식 끝내기에서의 승부수를 강행했다. 중국룰에서는 공배도 모두 한집이다. 따라서 이처럼 공배를 메우며 버티는 승부수가 통하면 1집 이득을 볼 수 있다. 마지막에 연속으로 두번 공배를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전제조건은 패를 모두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백 대마의 생사가 걸려 있는 패싸움이지만 백에게는 패를 이길 비책이 있었다. 백 316의 먹여침. 하변에 잡혀 있는 백돌이 양패의 모양으로 무한 팻감을 생산해 내기 때문이다.
중앙에서의 패싸움과 하변의 팻감. 이것이 다 끝난 것처럼 보이는 이 바둑을 앞으로 50여수나 더 두게 만들었다.
(273=,276=270,279=,282=270 285=,288=270,291=,294=270)
유승엽 withbdk@naver.com
2005-11-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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