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5년 기념 앨범낸 가수 심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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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기자
수정 2005-10-29 00:00
입력 2005-10-29 00:00

“이젠 ‘희망의 노래’ 부를 겁니다”

그 어느 때보다 밝아보이는 표정에서 더 이상 ‘그때 그 사람’의 그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노래는 늘 대중의 일상속에서 숨쉬어 왔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대중 앞에 설 수 없었던 끔찍한 시간들. 하지만 끝이 없을 것만 같은 긴 터널을 빠져나온 지금. 어느덧 지천명(知天命)에 접어든 이 가인(歌人)에겐 원숙함보다 갓 데뷔한 신인 같은 생동감이 물씬 풍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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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봉
심수봉
#“노래는 유일한 숨통”

가수 심수봉(50)을 만났다. 그는 새달 1일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앨범 ‘Best of Best’를 내놓고,16일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기념 공연 ‘사랑밖엔 난 몰라’(02-782-5240)를 펼친다.79년 데뷔 음반을 냈으니 올해로 데뷔 26년째이지만, 여건상 올해 마련하게 됐다. 지난 27일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데뷔 25주년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따로 마주한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지난 시간들을 돌이켰다.

“아마도 지금쯤 실력이 어마어마하게 늘었을 거예요. 외국도 나가고, 가수로서 성장할 좋은 기회도 많이 만났을 거예요. 아쉬울 뿐이죠. 그동안 노래는 숨막힌 저를 ‘비상 호흡’하는 유일한 생명줄이었답니다.”

그를 늘 따라다니는 10·26사건을 조심스레 언급하며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라고 묻자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사실상 그가 아무 제약 없이 가수 활동을 한 건 사건 이전 5개월 남짓한 시간뿐이었다.“일생이 억울함의 연속이었죠. 이제야 삶에 대해 두려움이 없어졌어요. 운명이 아닌 섭리라고 생각해요. 이젠 ‘주는’ 인생을 살면서 밝고 희망적인 노래를 부를 겁니다.”

#“한국 음악 세계에 알릴 것”“북한 공연은 무의미”

그는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가수 활동을 펴나가겠다고 밝혔다.1년에 한번씩 새 앨범을 발표할 것이라며 목소리에 힘도 준다. 특히 ‘한국 음악의 세계화’라는 야심찬 목표를 공개했다.3년전 뉴욕 맨해튼에서 고등학생인 딸과 함께 유학하면서 이같은 욕심을 갖게 됐단다.

“사물놀이와 달리 국내 대중음악은 해외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아요. 인도 등 다른 나라의 대중음악이 미국에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과 비교되죠.” 얼마 전 발표한 10집 앨범에서도 실험적으로 선보였지만, 국악과 재즈를 접목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세계에 선보이고 싶단다. 그는 “이같은 음악이 틀을 잡으면 카네기홀 등 저명한 무대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다.”고 소망을 피력했다.

최근 조용필의 사례를 언급하며 “북한 공연도 의미있을 것 같다.”고 말하자 손사래부터 친다. 가수 개인의 욕심이나 이미지 제고 차원의 공연은 북한 주민에겐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될 것이란 생각이란다.“북한 주민들이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공연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북한공연 꿈은 버렸어요. 노래보다는 ‘우유 보내기’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요.”

#“인간 권력 허무함 느껴”

이번 베스트 앨범에는 ‘그때 그 사람’,‘사랑밖에 난 몰라’,‘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백만송이 장미’,‘무궁화’ 등 그의 주옥같은 히트곡 30곡이 33개의 트랙으로 구성돼 2장의 CD에 나뉘어 담겼다.‘그때 그 사람’처럼 다시 부른 곡도 있고,‘무궁화’처럼 예전 목소리를 그대로 싣기도 했다.

그는 많은 노래에 10·26 이후 자신의 심경 변화와 느낌이 녹아 있다고 말했다.“‘무궁화’를 만들 때예요.‘인간 권력에 대한 허무함’을 느꼈죠.‘군 묘지’를 두번이나 돌아보기도 했어요. 결국 ‘가사가 고 박정희 대통령을 떠올린다.’는 이유로 방송금지를 당하기도 했지만요.(웃음)”

이번 공연을 통해 ‘깜짝 안무’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귀띔한 그는 내년 5월에는 이미자·나훈아의 노래 6곡과 창작곡 6곡을 담은 트로트 앨범을 내 최근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정통 트로트 지키기에도 적극 힘을 쏟을 계획이다.

“지난 세월이 가수로서 날개가 다 부러졌던 시기라면, 이젠 꺾였던 날개를 다시 힘차게 펼칠 때인 것 같아요. 기대만큼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뿐입니다.” 그녀의 손에 들린 25주년 기념 앨범에 새겨진 ‘심수봉 Best of Best’라는 금박 문양이 반짝 빛났다.

글·사진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2005-10-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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