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드라이브] 관객을 외면한 ‘영화판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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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정 기자
수정 2005-07-01 00:00
입력 2005-07-01 00:00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스크린쿼터 현안이 불거져도 다 모이기 어려웠던 간판급 제작자들이 지난달 28일 머리 맞대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스타와 매니지먼트의 파워가 너무 커서 영화를 못 만들겠다며, 급한 사정을 토로했다. 다음날 몇 년이 가도 나란히 앉기 힘들 한국 최고의 두 스타, 최민식 송강호가 똑같은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졸지에 “돈 밝히는 배우”가 됐으니 그들도 급했다. 두 스타의 집중 성토를 받은 강우석 감독,‘충무로 파워맨’인 그도 이번엔 된통 당했다. 그날 밤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에 그는 언론사로 두 배우에게 사과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요 며칠 영화판 돌아가는 ‘그림’은 정말이지 한 편의 드라마다. 충무로는 지금 설왕설래로 분분하다. 제작사와 배우, 매니지먼트사가 여태 이렇게까지 낯을 붉힌 적이 없었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충무로 파워맨의 ‘설화’를 놓고도 쑥덕공론이 많다. 강 감독이 스타 개런티 논란의 ‘판’을 키우려 작정하고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느니, 그렇지 않고서는 국내 대표배우의 실명이 그렇게 무방비로 언론에 노출되게 하진 않았을 거라는 등.

진실이 어느 쪽이든, 밥그릇 싸움이든 아니든 그게 중요하진 않은 것같다. 영화판의 묵은 상처들이 대중 앞에서 터져 시시비비를 가려보는 일도 나쁘지 않을 것이므로.

무엇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표준제작규약을 만들겠다고 이례적 선언을 했다. 영화수익의 고른 분배, 수익금의 원활한 재투자 등을 위해 지금의 고비용 구조를 뜯어고치겠다는 의지다. 이참에 이창동 감독을 초대교장으로 60여개 제작사들이 공동출자해 연기자 학교도 세우겠다고 했다. 이 대안들이 과연 천정부지의 스타 몸값, 일부 매니지먼트사의 스타파워 남용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지는 한참을 더 두고볼 일이다. 그러나 이번 ‘드라마’를 숨죽인 채 지켜보며 누구보다 큰 기대를 품고 있는 쪽은 제작현장의 스태프들이 아닐까 싶다.“제작자들보다 사정이 훨씬 급한 게 현장의 ‘손발’인 스태프들의 처우개선이었다.”는 따가운 지적도 어느 때보다 많다.

기왕에 ‘판’이 벌어졌으니 어느 쪽이건 주먹만큼의 소득이라도 건져야 하겠다. 영화를 보며 꿈을 꾸고 싶었던 이들에게,‘돈 밝히는 배우’ 해프닝으로 영화 볼 맛이 똑 떨어져버린 애꿎은 영화팬들에게, 최소한의 보상을 해주려면 말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5-07-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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