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케냐 출신 작가 와 티옹오 응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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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5-25 07:55
입력 2005-05-25 00:00
“모든 작가들은 자기가 속한 집단의 언어를 사용할 책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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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티옹오 응구기 케냐 출신 작가
와 티옹오 응구기 케냐 출신 작가 와 티옹오 응구기 케냐 출신 작가
소잉카, 고미더, 쿳시 등과 더불어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케냐 출신의 작가 와 티옹오 응구기(67).1982년 케냐에서 망명해 미국 캘리포니아 UC어바인대학에서 영문학과 비교문학을 강의하고 있는 그는 24일 기자회견에서 영어 대신 자신의 종족어인 기쿠유어로 저술 활동을 고집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프리카 탈식민주의 담론에서 영어를 민족문학의 매체로 활용해야 한다는 나이지리아 작가 치누아 아체베와, 식민통치에서 언어는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라고 주장하는 응구기의 논쟁은 유명하다. 소수 인종, 소수 언어 등 마이너에 대한 관심은 그의 문학적 토대를 떠받치는 뿌리다.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이틀째인 25일 ‘평화와 차별:성, 인종, 종교’에 관해 기조발제를 할 예정인 그는 “한국 방문은 처음이지만 양국 모두 식민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은 시인 김지하에서 비롯됐다.

“1973년 일본에서 열린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통일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처음 한반도 문제를 접했다.”고 밝힌 그는 “몇년 뒤 일본 도쿄에 갔다가 우연히 김지하 시인의 영문번역 시집 ‘민중의 외침(Cry of the People)’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특유의 토속적인 어투로 근대적인 정치·경제문제를 비판하는 작품 형식뿐 아니라 국가보안법으로 투옥된 시인의 인생에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것. 당시 케냐 나이로비대학 교수였던 그는 김지하의 시를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그는 “한국 영사관에서 찾아와 김지하 시인에 대한 비하발언을 하기에 ‘케냐에서는 문학활동 때문에 작가나 시인을 투옥하지는 않는다.’며 쫓아냈다.”고 전했다. 하지만 몇년 뒤인 1977년 자신 역시 정치범이란 이유로 1년간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케냐의 한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김 시인의 작품으로 연극을 했다가 퇴학당하기도 했다.”면서 “케냐와 한국의 관계에서 김지하 시인은 굉장한 역할을 했고, 내 문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투옥중 쓴 소설 ‘십자가에 매달린 악마’는 ‘오적’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밝혔다.1982년 감옥에서 풀려난 그는 김지하의 작품세계와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다룬 ‘작가와 정치’를 출간하기도 했다.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에 대한 소식을 직접적으로 들을 기회가 없었다는 그는 “전세계 시민들이 그렇듯 나 역시 한반도가 하루빨리 통일되기를 바란다.”면서 “통일은 한국 국민들이 자주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2년 정권교체를 이뤄낸 케냐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더 많은 권력을 이양하고, 아직도 남아 있는 식민 잔재를 청산해 케냐가 아프리카와 전세계의 중요한 일원이 되도록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망명 22년 만인 지난해 아내와 함께 고국을 방문한 그는 시민들의 대대적인 환대 속에 무장괴한들에게 테러를 당하는 봉변을 함께 겪었다. 그는 이 사건을 구 정권에 얽힌 정치적인 음모로 추측하고 있다. 작품세계와 작업공간이 일치해야 한다는 그는 언젠가 고국 케냐로 귀향할 생각이다. 현재 집필중인 1000장 분량의 장편소설 ‘까마귀 마법사(Wizard of Crow)’는 내년쯤 영문 번역돼 출간된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2005-05-2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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