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럭 하나까지… 인간의 온기 화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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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3-21 00:00
입력 2005-03-21 00:00
서양화가 이석주(53·숙대 회화과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표적인 극사실주의 작가다. 터럭 하나 놓치지 않는 세밀한 표현은 섬뜩할 정도다. 그 발군의 묘사력에 대해 어떤 평론가는 칼집에서 방금 빼어든 검처럼 빛난다고 말하기도 한다. 너도나도 추상이니 설치니 하며 어려운 극사실 그림을 피해가는 풍토이기에 그의 우직스러운 사실화풍 그림은 더욱 반갑다.

24일부터 4월2일까지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열리는 ‘이석주 작품’전은 30년 넘게 갈고 닦은 작가의 하이퍼리얼리즘 세계를 한눈에 보여준다. 이석주의 그림은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든다. 거친 들판에 휑뎅그렁하게 놓여 있는 시계, 슬픈 표정의 말, 쓸쓸한 소녀의 뒷모습…. 하지만 이런 이미지들은 예전처럼 고독의 표상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최근 갈색톤을 띤 그의 작품은 한결 화사해지고 훈훈한 인간의 온기가 배어난다. 작품 재료도 차가운 공업원료의 느낌을 주는 아크릴에서 끈적끈적한 유화 물감으로 바뀌었다. 매끈했던 바탕도 오톨도톨하게 변했다. 화면의 질감을 살리면서 극사실 작업을 하는 것은 결코 녹록지 않은 일. 하지만 작가는 “인간적인 체취와 정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서정적 혹은 관조적 극사실주의라 이름붙일 만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유적 공간’이란 제목의 연작 20여 점이 선보인다.(02)544-8481.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2005-03-2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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