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 속 한자이야기] (57)
수정 2005-02-05 00:00
입력 2005-02-05 00:00
‘萬’자는 전갈을 본뜬 글자의 變形(변형)이다.‘艸(풀 초)’로 굳어진 윗부분은 먹이를 집을 때 쓰는 집게였으며,‘田(밭 전)’으로 정착된 가운데 부분은 몸체, 그리고 나머지는 꼬리 부분의 毒針(독침)이다. 그러나 萬은 곧 숫자를 표시하는 글자로 자리잡았다. 당시에 숫자 1만의 개념은 있었으나 글자가 없었는데,萬과 발음이 같아 숫자의 槪念(개념)으로 借用(차용)한 것이다.
‘世’자 字源(자원)에 대해서는 ‘돗자리를 짜고 새끼를 꼬는 데 쓰이는 도구’,‘葉(잎 엽)자의 古文(고문)으로 줄기와 잎을 그린 象形字(상형자)’,‘세 개의 十자로 30년을 나타냄’,‘(서른 삽)자를 잡아 늘린 형태’라는 등의 설이 있다.世의 뜻에는 인간, 시세, 세대, 대(代), 해, 평생 등이 있다. 그 용례에는 ‘世態炎(세태염량:세력이 있을 때는 아첨하여 따르고 세력이 없어지면 푸대접하는 세상인심을 비유적으로 이름)’‘蓋世之才(개세지재:세상을 뒤덮을 만큼 뛰어난 재주)’ 등이 있다.
‘師’자의 자원에 대해서는 ‘정찰에 유리한 언덕의 상형인 왼쪽 부분과 군부대의 표지로 세운 깃발의 상형인 오른쪽 부분이 합쳐진 글자’라는 설과 ‘큰 물고기 토막의 상형인 왼쪽부분과刑(경형:죄인의 이마 따위에 먹줄로 죄명을 써넣던 형벌)에 쓰이던 끌 모양을 한 刑具(형구)의 상형이 합쳐졌다.’는 설이 있으나 뜻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본래의 뜻은 ‘주둔지’였으나 점차 ‘스승’‘우두머리’ 등의 파생된 뜻으로 일반화되었다.用例(용례)에는 ‘師承(사승:스승에게서 학문을 이어받음)’‘銳師(예사:날랜 군대)’ 등이 있다.
‘表’자는 ‘毛(털 모)’와 ‘衣(옷 의)’가 합쳐진 會意字(회의자)로 원래의 뜻은 ‘털옷’ 혹은 ‘갖옷’이다. 사람들은 이것을 外套(외투)처럼 늘 바깥에 입었으므로 表는 ‘겉’을 뜻하게도 되었다.用例로는 ‘表裏不同(표리부동:마음이 음흉하고 불량하여 겉과 속이 다름)’‘表情(표정:마음속에 품은 감정이나 정서의 심리 상태가 겉으로 드러남)’을 들 수 있다.
師表는 師法表率(사법표솔)의 省略(생략)으로 學識(학식)과 人格(인격)이 높아 남의 模範(모범)이 될 만한 사람을 일컫는데, 이 말을 처음 使用(사용)한 이는 司馬遷(사마천)이라고 한다.
큰 富者(부자) 三代(삼대)를 못 간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경주의 최부잣집은 만석꾼의 전통을 무려 300년 동안 12대나 이었다. 그 秘訣(비결)인 家訓(가훈)은 우리 모두에게 龜鑑(귀감)이 될 만하다.“(1)절대 進士(진사)이상의 벼슬을 하지 마라.(2)財産(재산)은 1년에 1만석 이상을 모으지 마라.(3)나그네를 후하게 待接(대접)하라.(4)凶年(흉년)에는 남의 논, 밭을 買入(매입)하지 마라.(5)집안에 며느리를 들이면 3년 동안 무명옷을 입혀라.(6)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최부자 家門의 마지막 명맥을 이었던 최준씨의 결단은 또 하나의 人生 師表이다. 조국 광복의 熱望(열망)으로 대학을 設立(설립)하고 獨立資金(독립자금)을 支援(지원)했던 그는 노스님에게서 받은 金言(금언)을 平生(평생) 간직했다고 한다.
“財物(재물)은 糞尿(분뇨)와 같아서 한 곳에 모아 두면 惡臭(악취)가 나 견딜 수 없고 골고루 사방에 흩뿌리면 거름이 되는 법이다.”
주변에 큰돈을 거머쥔 猝富(졸부:벼락부자)들이 많다.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제대로 쓰는 것임을 안다면 이들이 敗家亡身(패가망신)할 이유가 없으련만.
김석제 경기 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2005-02-0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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