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속 새달3일 개봉 ‘그때 그사람들’
수정 2005-01-28 00:00
입력 2005-01-28 00:00
하지만 영화 ‘그때 그 사람들’(제작 MK픽처스, 새달 3일 개봉)은 보수주의자가 아니더라도 불편함을 느낄 만하다. 총을 맞아 죽어가면서 “또 쏠라고. 한방 묵었다 아이가.”라고 말하고, 벗겨진 시체의 은밀한 부위를 허둥지둥 모자로 가리는 식의 ‘블랙 유머’ 앞에서 과연 통쾌하게 웃을 수 있는 관객이 몇이나 될까. 사람을 어이없게 죽이면서 유머를 구사했던 ‘사우스 파크’(그래도 이건 만화였다!)와 비슷한 느낌의 코미디는,‘정치’적으로나 ‘예술’적으로 문제될 건 없지만 우리의 일반적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
‘죽음과 유머’뿐만 아니라 영화는 스릴러, 블랙코미디, 휴먼드라마, 다큐멘터리라는 섞이기 힘든 이질적인 요소들을 위험하게 동거시킨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요소를 한데 몰아넣으며 여기에서 빚어지는 소동을 장난스럽게 지켜보는 듯하다.
‘스릴러’ 영화처럼 큰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의 긴장감을 조성하며 시작한 영화는, 중간중간 어이없는 유머들을 날리더니 중반부부터 본격적으로 바보짓거리를 일삼는 권력층을 ‘블랙코미디’적으로 묘사하고, 후반부에서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사건에 휘말려 희생된 주변 인물들을 ‘휴머니즘’적으로 추모한다. 그리고 과장 때문에 픽션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내용을 뒤집 듯 마지막은 ‘다큐멘터리’로 마감한다. 비범한 관객이 아니라면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한참 헷갈릴 정도다.
거두절미하고 1979년 10월26일 사건이 벌어진 단 하루만을 소재로 삼은 것도 일반관객에게는 불친절해 보인다.‘왜’를 완전히 생략한 채 ‘누가 어떻게’에만 초점을 맞춘 영화는 그 때 그 사건을 잘 모른다면 이해하기도, 몰입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작품성을 폄하하는 건 아니다. 국내 관객에게 낯선 화법일지는 몰라도 인물 비틀기와 풍자로 사회비판을 일궈냈다는 점에서 영화는 독보적이고 독창적이다. 사건이 벌어진 현장의 복도를 무심한듯 훑고 지나가는 카메라의 유연한 움직임과 고풍스러운 장면들이 세련되게 어우러진 미장센도, 현실과 다른 영화만의 공간을 창조해냈다.
대통령을 살해하는 김 부장 역은 백윤식, 그를 돕는 주 과장은 한석규가 연기했다.“연기를 할수록 오리무중이었다.”는 백윤식의 말처럼 김 부장은 현실 속 민주투사도 이상주의자도 아닌, 그냥 영화가 만든 허상처럼 비쳐진다. 사실 영화에서 ‘사람’처럼 보이는 건 주 과장을 비롯해 희생된 인물들뿐이다. 결국 영화가 말하고 싶은 건 ‘우스꽝스러운’ 소수 권력층의 권력욕 때문에 무고한 ‘실제 사람’들이 희생됐다는 ‘사실’이다.‘처녀들의 저녁식사’‘바람난 가족’의 임상수 감독 연출.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2005-01-28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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