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영화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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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1-10 00:00
입력 2005-01-10 00:00
현대는 영상의 시대다. 어느 예술장르도 영상의 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미술도 예외가 아니다. 어쩌면 영상으로부터 가장 큰 ‘수혜’를 받은 쪽이 미술인지도 모른다. 오늘날 미술은 영상매체의 확산 속에 움직임을 시각화하거나 몽타주 기법을 활용하는 등 영화로부터 끊임없이 자양분을 공급받고 있다. 영화 또한 갈수록 미술을 동경한다.‘움직이는 그림’이라는 시각적 요소와 ‘보는 이야기’라는 서사적 요소를 갖춘 영화의 경우 미술적인 요소들은 점점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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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겸 ‘편지’(왼쪽), 박혜성 ‘샘’
김창겸 ‘편지’(왼쪽), 박혜성 ‘샘’ 김창겸 ‘편지’(왼쪽), 박혜성 ‘샘’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미술과 영화 시각서사(視覺敍事)’전은 영화와 미술이 이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했다는 점에 주목한 흥미로운 전시다.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시각적이면서도 서사적인 특성이 영화의 그것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구체적인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강홍구 김범수 김세진 김창겸 박경주 박태규 박혜성 박화영 이광호 이중재 등 10명이 작품을 냈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김창겸의 비디오 설치작품 ‘편지’. 영화적인 서사구조를 강조한 ‘편지’는 ‘과거’라는 시점에 대해 편지를 쓰는 행위를 묘사한 것으로, 스크린 밖의 오브제와 영상이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시각예술 작품이 탄생했다. 속삭이는 듯한 방백이 문학적인 내러티브를 방불케 한다. 박혜성은 19세기 프랑스 화가 앵그르의 명화 ‘샘’을 소재로 한 영상작품을 내놓았다. 작가는 시간에 따라 수위가 변하는 것에 일종의 서사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물이 밑으로 쏟아지면서 점점 차올라 흘러넘치는 영상에는 나름대로의 기승전결 구조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 작품이 영화와 미술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중재의 ‘엉클샘’은 스크린쿼터 폐지 반대라는 메시지가 담긴, 조금 다른 차원의 ‘목적예술’이다. 미국 영화 속의 인물이 쏘는 총에 한국 배우가 맞고 쓰러지는 영상을 통해 할리우드의 시장개방압력을 고발한다. 전시장에는 다양한 영화 입간판들이 설치돼 있어 미술과 영화 장르를 넘나드는 독특한 시각 체험을 제공한다. 전시는 2월26일까지.(02)736-4371.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2005-01-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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