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작가 임원춘 ‘족보’ 출간
수정 2004-07-02 00:00
입력 2004-07-02 00:00
지난 97년 조선족으로는 처음 중국의 ‘1급 작가’가 된 소설가 임원춘(林元春·67)씨의 장편 ‘족보’(하이비전 펴냄)가 국내에 출간됐다.작품은 남몰래 나눈 사랑 때문에 ‘노동 영웅’에서 사회에서 매장당하며 온갖 고초를 겪은 조선족 여인 허인숙의 삶과 사랑을 다루면서 조선족의 생활과 문화를 비추고 있다.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개혁·개방 이전까지 성생활에 대해 엄격한 사회분위기와 ‘노동 영웅’이라는 신분 때문에 한순간의 실수도 용납받지 못하고 모자 관계도 못 밝히는 등 시대논리에 희생된 여인의 한많은 운명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1937년 중국 룽징에서 태어난 작가는 옌볜(延邊)대에서 문학을 전공했다.58년 등단한 이후 여러 장단편을 발표했는데 대표작 ‘몽당치마’는 중국어는 물론 영어 일어 프랑스어 등으로 번역됐고 세 편의 작품이 중국 각급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다.
“우리 겨레가 저를 낳고 작가로 이끌었다.”고 말할 만큼 민족주의를 중시하는 그는 “84년 우수단편문학상을 받으러 베이징에 갈 때도 200만 소수민족이 13억 중국인들과 어깨겨룸한 것을 보여주려고 일부러 한복을 입고 시상대로 갔다.”는 일화를 들려줬다.
이어 “대부분의 세계 명작은 당대 정권에 저항했다.”며 문학의 본질을 비유적으로 말한 그는 “1992년 공산당을 비판하는 실화작품 ‘예고된 파멸의 기록’으로 옌지(延吉) 공안국장과 당서기로부터 중단 압력을 받았지만 감옥에 갈 각오로 멈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항일투사인 소설가 고 김학철씨 등에 이은 2세대 조선족 작가인 그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으로 쓸거리를 제한받았던 중국과는 달리 맘껏 쓸 수 있는 남한의 작품은 조선족 젊은 작가들에게 ‘새맛’으로 다가와 독자층이 많다.”며 “박경리,박완서,최명희,조정래,이문열의 작품들이 널리 읽히고 있다.”고 전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2004-07-02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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