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무·숙주·박하·녹차-정력감퇴說 `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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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2-09 00:00
입력 2004-02-09 00:00
‘정력이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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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숙주·박하·녹차
 정력을 떨어뜨린다고 잘못 알려진 음식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숙주, 박하사탕, 율무, 녹차  이언탁 기자 utl@
율무·숙주·박하·녹차
정력을 떨어뜨린다고 잘못 알려진 음식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숙주, 박하사탕, 율무, 녹차 이언탁 기자 utl@
회사원 김모(29)씨는 어지간해서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이런 그가 절대 입에 대지 않는 게 딱 하나 있다.바로 율무차다.항간에 떠도는 ‘율무는 남성의 정력을 떨어뜨린다.’는 얘기를 굳게 믿고 있는 것이다.

김씨 외에도 같은 이유로 율무차 마시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사실 율무는 정력 감퇴와는 거리가 멀다.오히려 자양강장의 효과를 지닌 대표적인 스테미나 식품에 속한다.‘본초강목’에 따르면 율무는 위에 좋으며 비장을 튼튼하게 하고 폐를 보한다고 했다.그래서 태음인이 율무를 먹으면 폐 기운이 좋아져 정력이 증가된다.또 ‘동의보감’은 율무를 오래 먹으면 식욕이 증진되고 몸이 가벼워진다고 적고 있다.

정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누명’을 쓰고 있는 것은 비단 율무만이 아니다.잘못된 상식으로 일부 남성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는 몇 가지 음식의 속을 들여다 보자.

숙주,열 많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정력제

정력을 저하시킨다고 소문난 대표적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숙주다.어떤 이들은 주부들이 해장국 재료로 숙주 대신 콩나물을 애용하는 이유가 정력 때문이라고까지 주장한다.하지만 숙주는 몸에 생긴 열을 없애는 작용을 해 열이 많은 사람이 먹을 경우 정력을 증가시킨다.

혹자는 숙주를 많이 먹으면 몸에 독이 쌓인다고까지 말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오히려 숙주는 약을 먹고 체했을 때나 음주 후에 몸의 독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식사 후 입가심을 하는 데 그만인 박하사탕.다른 사람들 모두 식당 문을 나서며 하나씩 집는 와중에 고개 내저으며 발길 돌리는 남성들이 있다.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눈과 머리를 맑게 해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박하.정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에 지나지 않는다.

건강에 ‘이보다 좋을 수 없다.’는 녹차.이런 녹차도 정력 문제에서만큼은 오해의 화살을 피하지 못한다.금욕 생활을 하는 스님들이 즐겨 마신다는 이유로 정력에 영향을 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스님들이 녹차를 즐겨 먹는 이유는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시켜 공부에 매진하기 위해서다.게다가 녹차는 비록 서늘한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몸이 찬 사람들이 마셔도 정력이 저하되지 않는다.그만큼 정력이 떨어지는 것과 관계 없다는 얘기다.

성욕 저하와 정력 감퇴는 천지차이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 리 없는 법.그렇다면 이런 오해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율무,숙주,박하,녹차는 음식의 성질은 각각 다르지만 모두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다스리는 식품이다.

때문에 일시적으로 성욕을 낮추는 경향이 있다.이런 이유로 정력을 떨어뜨리는 음식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성욕 저하’와 ‘정력 감퇴’는 엄연히 다르므로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성욕이 넘치지 않으면 허리가 튼튼해지고 정자 생성 능력이 좋아진다.아울러 지구력이 생기게 돼 결과적으로 성 기능이 증진된다.

반면 정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성욕이 있더라도 몸에 기가 부족한 탓에 성 생활을 하는데 힘에 부치는 상태를 말한다.얼핏 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이 둘은 극과 극인 셈이다.항간에 스님들의 정력이 좋다는 얘기는 맞다.다만 녹차나 박하차를 애용해 성욕이 낮을 뿐이다.

‘정력의 적’으로 알려진 율무,숙주,박하,녹차는 일시적으로는 성욕을 떨어뜨릴 수는 있다.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도리어 정력을 강화시키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건강을 증진시킨다.결코 꺼릴 이유가 없다.

나길회기자 kkirina@

도움말 곽노규 강남 동일한의원 원장˝
2004-02-09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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