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없는 상하이방 사실상 몰락… ‘시진핑 천하’ 막을 세력 없다

류지영 기자
수정 2022-12-01 18:05
입력 2022-12-01 18:04
“상하이방 남은 세력 급속 위축”
中, 장쩌민 사망에 극진한 애도
마오쩌둥·덩샤오핑 준하는 예우
CCTV 뉴스 60분 중 40분 할애
“시진핑 정권에 영향 없기 때문”
이번 주말 ‘백지시위’ 중대 고비
신화 연합뉴스
홍콩 명보는 1일 “중국 정부가 장 전 주석의 장례 절차에서 마오쩌둥·덩샤오핑에 준하는 예우를 갖췄다”고 보도했다. 우선 공산당은 그의 부고를 알리면서 ‘전당, 전군, 전국 각 민족에게 보내는 서한’의 형식을 취했다. 이는 1976년 9월 마오쩌둥, 1997년 2월 덩샤오핑 사망에 이어 세 번째다. 부고의 주요 내용 역시 덩샤오핑 때와 같았고, 시 주석을 필두로 한 장례위원회의 인적 구성도 비슷했다. 특히 전날 중국중앙(CC)TV의 메인뉴스인 신원롄보는 전체 방송 1시간 가운데 약 40분을 장 전 주석 사망에 할애했다. 시 주석 관련 뉴스는 그 뒤에 내보냈다. 중국 메인뉴스에서 시 주석 소식이 이렇게 늦게 등장한 것은 집권 이후 처음이라고 명보는 분석했다.
매체는 “중국 정부가 오는 5일 고인의 시신을 화장한 뒤 6일 국장(國葬)인 ‘추도대회’를 엄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이 추도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시 주석이 장 전 주석에 최상급 애도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그의 서거가 자신의 정치적 리더십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바탕에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명보는 “(고인의) 중국 내 영향력이 거의 사라졌다. 이제 그를 성대하게 기려도 현 지도자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짚었다.
장쩌민과 시진핑은 ‘애증 관계’로 묘사된다. 장 전 주석은 정치적 고향인 상하이 출신 인사들을 대거 발탁, 태자당(혁명 원로 자제들 모임),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 출신 권력자)과 함께 공산당 3대 계파 가운데 하나인 상하이방을 키웠다. 그가 2003년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에게 자리를 물려주며 은퇴한 뒤에도 상하이방은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서열 1~7위) 내 ‘지분’을 요구하며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런 상하이방의 구태가 ‘1인 지배’를 추구하던 시 주석의 눈에 달가울 리 없었다. 집권하자마자 ‘부패와의 전쟁’을 펼치며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 등 상하이방 인사들을 대거 숙청했다. 지난 9월에도 ‘장쩌민계’인 푸정화 전 사법부장과 쑨리쥔 전 공안부 부부장에게 뇌물 수수 혐의로 잇따라 사형 집행유예(선고 뒤 2년간 수형자의 태도를 지켜보고 징역형으로 감형)를 선고했다.
시 주석의 척결 작업으로 지리멸렬하던 상하이방은 마지막 ‘버팀목’으로 떠받치던 장 전 주석의 사망과 더불어 와해될 것으로 보인다. 덩샤오핑 개혁개방 노선의 추종자들인 상하이방의 몰락은 사회주의 통제 강화를 지향하는 시 주석에 대한 견제 세력이 더 약해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그나마 장쩌민이라는 존재 덕분에 상하이방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그의 사망으로) 이젠 남은 세력이 빠르게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장 전 주석의 사망이 백지시위를 벌인 들끓는 민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주말이 시위 확산 여부를 가르는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본다. 지난달 24일 첫 시위 이후 당국의 강력한 통제로 소강상태이지만 세계 각국에서 연대 집회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 소식통은 “장 전 주석 장례식을 마친 뒤에도 ‘제로 코로나’ 위주의 방역 정책에 변화가 없다면 시위 물결은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2022-12-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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