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리는 안데스… 남미 빙하호도 언제 터질지 모른다
이지 기자
수정 2026-09-02 18:22
입력 2026-09-02 18:07
전 세계 곳곳 빙하 붕괴 우려
네팔 대홍수 계기로 범람 공포 확산페루 팔카코차 호수 고위험군 지정
빙하 2.6만개 분포한 칠레도 비상
“붕괴 속도 감당하기엔 인프라 부족”
네팔 대홍수를 계기로 남미 안데스산맥 일대 국가들에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대형 빙하호 범람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UPI통신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최근 안데스산맥 일대 산악 지대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빙하가 녹아내린 자리에 호수가 대거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암석 사면이나 빙벽이 무너져 호수를 덮칠 경우 막대한 양의 물과 토사가 하류로 쏟아져 내리는 ‘네팔형 대홍수’ 사태가 남미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네팔과 마찬가지로 남미도 이미 빙하호 범람에 따른 홍수를 겪은 바 있다. 독일 포츠담대 연구진이 구축한 전 세계 빙하호 범람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22년까지 27개국에서 관측된 빙하호 범람은 총 3151건으로 북미 북서부, 아이슬란드, 고산 아시아, 안데스 순으로 발생 수가 높다. 이 가운데 인명 피해가 발생한 44건의 빙하호 범람으로 최소 3636명이 숨졌다.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위험에 처한 곳은 파타고니아 관광도시 엘찰텐 등이 거론된다. 실제로 아르헨티나는 2013년 웁살라 빙하 부근 얼음벽이 무너져 갇혀있던 암석과 토사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약 15㎞ 떨어진 오넬리만 해역까지 대형 파도가 덮친 바 있다.
페루 국립빙하·산악생태계연구소에 따르면 페루 내 528개 호수가 범람 위험을 안고 있으며 이 중 58개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특히 12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우아라스시 상류의 팔카코차 호수가 대표적인 위험 지역으로 꼽힌다. 현지 언론은 1700만㎥ 이상의 물을 담고 있는 이 호수에 빙하 일부가 떨어질 경우 거대한 파도가 둑을 넘어 하류 시가지를 덮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호수는 1941년에도 한 차례 범람해 도시의 3분의 1이 파괴되고 최소 1800명이 숨졌다.
2만 6000개 이상의 빙하가 분포한 칠레도 빙하 붕괴와 산사태 위험에 비상이 걸렸다. 칠레 수도권과 중부 지역은 수력발전소와 광산·식수 인프라가 안데스 수계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빙하 붕괴시 심각한 경제·사회적 타격이 우려된다.
남미 각국은 위성 감시와 수문 센터를 동원해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나 빙하 붕괴 속도와 규모를 감당하기에는 현재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르헨티나 국립과학기술연구위원회 후안 파블로 밀라나 연구원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예방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산악 계곡을 타고 밀려드는 기후 재앙이 남미 주요 도시의 에너지·식수망과 주민의 생명을 계속해서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지 기자
세줄 요약
- 안데스 기온 상승, 빙하호 급증과 범람 공포 확산
- 페루 팔카코차·칠레 산악지대, 고위험 지역 부각
- 위성 감시 강화에도 대응 인프라 부족 지적
2026-09-0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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