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딱정벌레가 시진핑?…中 생물학자 학술논문 봉쇄
수정 2016-07-13 15:23
입력 2016-07-13 15:23
13일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에 따르면 체코에서 유학중인 중국 생물학자 왕청빈(王成斌·32) 박사는 최근 국제동물분류학회지 ‘주택사’(Zootaxa)에 중국 하이난(海南)성에서 발견한 신종 딱정벌레에 관한 학술논문을 게재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가 이 곤충에 명명한 이름은 ‘시(習)씨 딱정벌레’(Rhyzodiastes (Temoana) xii)였다. 왕 박사는 논문에 “시진핑 주석의 영도하에 중국의 국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어 시 주석에게 헌사하기 위한 이름”이라고 소개했다.
등줄벌레과에 속하는 이 딱정벌레는 염주 모양의 더듬이를 갖고 있는 희귀종으로 주로 나무껍질 밑이나 썩은 고목에서 서식하며 썩은 물질을 먹고 자란다.
시 주석의 이름을 딴 곤충 발견 소식은 최근 중국 인터넷에 퍼지며 네티즌들이 이를 패러디해 정치 소재로 삼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부 누리꾼은 냄새나는 벌레에 시 주석의 이름을 붙인 것이 모욕의 의미를 담는 것 아니냐고 공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씨 딱정벌레’란 말은 현재 인터넷포털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웨이신(微信·위챗) 등에서 검색이 차단된 상태로 찾을 수 없다. 왕 박사의 논문도 이미 중국 인터넷상에서 사라졌다.
왕 박사는 선의의 뜻에서 행한 명명이 당국과 네티즌들로부터 오해를 받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는 “신종 곤충에 시 주석의 이름을 붙인 것은 시 주석이 거둔 위대한 성과에 대한 하나의 상징”이라며 “이 딱정벌레가 매우 보기 힘든 곤충인 점과 시 주석이 100년에 한번 나타날까 말까한 인물이라는 점도 상통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딱정벌레가 부패한 물질을 먹어치워 버리는 것도 시 주석의 강력한 반부패 드라이브에 비견될 수 있다고 강변했다.
왕 박사는 쓰촨(四川)대 졸업후 중국과학원 동물연구소에 들어가 버섯벌레과 분류학 연구를 해오다 현재 체코 생명과학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일하고 있다. 왕 박사처럼 과학계에서는 존경하는 지도자의 이름을 따 새로 발견한 동식물에 붙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2012년 미국 애쉬번대학의 제이슨 본드 교수가 발견한 신종 거미에게는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따 ‘압토스티쿠스 버락오바마이’(Aptostichus barackobamai)'로 명명됐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이름을 딴 바다 달팽이 만델리아 미로코나타(Madelia mirocornata)도 있었다. 중국 지도자의 이름을 딴 생물체는 이제 딱정벌레 하나에 그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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