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선은 공화당 경선 넘어 벌써 미 대선 본선에
수정 2015-12-08 04:53
입력 2015-12-08 04:53
공화당 경쟁자들 무시하고 “힐러리 체력 없다” 연일 때리기
당내 경선에서 2위 주자와의 지지율 격차를 20% 포인트나 벌리며 독주를 이어온 그의 관심이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독주와 (2위 주자였던 신경외과의사 출신) 벤 카슨의 내리막을 확인하면서, 관심을 당 경쟁자들보다는 본선 전략과 클린턴 전 장관에게 더 두기 시작했다”고 전햇다.
트럼프가 지난 5일 억만장자 석유재벌로 공화당 후원자인 찰스·데이비드 코흐 형제의 ‘공화당 경선주자 집단 오디션’ 자리를 가지 않은 것도 이런 자신감의 반영이다.
이 자리에는 카슨은 물론 최근 2위권으로 부상한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등이 참석해 코흐 형제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대신 트럼프의 발길은 이날 첫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리는 아이오와 주 스펜서시로 향했다.
그는 경쟁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측이 자신을 “파시스트”라고 부른 데 대한 입장을 기자들이 묻자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젭은 지금 매우 필사적인데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는 될 대로 되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또 “가장 위협이 되는 경쟁후보가 누군가”라는 CNN 기자의 질문에 “모르겠다. 내가 묻고싶다”고 했다.
다시 CNN 기자가 “테드 크루즈가 지지율이 16%”라고 하자 그는 “아마도 테드, 어쩌면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주 상원의원)…루비오가 좀 더 잘하지만 솔직히 그들을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나처럼 할 수 없다. 누구도 나처럼 할 수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아이오와 주 데이븐포트로 가 지지자들을 향해 “(대선에서) 민주당이 갖고 있는 구조적 이점이 있다”며 “여러분들이 실제로 나와 투표하지 않는다면 11월에 이길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트럼프가 ‘본선’을 겨냥한 전략을 전개하고 나선 것은 지난 7월 중순 이후 실시된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초기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지킨 데 이어 지난달 파리 동시다발 테러 이후 후발주자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공개된 CNN-ORC 공동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36%의 지지율을 얻어 2위인 크루즈 상원의원(16%)을 크게 따돌렸다. 한때 트럼프의 유력한 경쟁자였던 카슨은 10월에 비해 8% 포인트 빠진 14%로 3위로 밀려났다.
경쟁자들과의 격차가 뚜렷한 만큼 트럼프의 시선이 본선을 향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반응이다.
트럼프의 오랜 정치적 조언자인 로저 스톤은 폴리티코에 “현재 그의 후보 지명 가능성이 압도적”이라며 “본선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트럼프는 데이븐포트 방문에서 클린턴 전 장관을 공격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클린턴 전 장관을 향해 “힘이 없다. 체력이 없다”고 지적하며 “4∼5일은 그를 볼 수 없다. 4∼5일 뒤에나 깨어나 팬츠슈트(상하의가 한쌍인 여성 정장)를 입고 기자회견장에 나온다”고 비꼬았다.
클린턴 전 장관이 체력이 약해 한차례 행사를 하고나면 며칠씩 쉬어야 한다고 공세를 취한 것.
그는 4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연설에서도 클린턴 전 장관이 즐겨 입는 팬츠슈트나 그의 핵심측근으로 꼽히는 후마 애버딘 전 수행실장을 입에 올리는 등 주로 클린턴 전 장관 개인을 향한 비판과 조롱을 쏟아냈다.
그러자 클린턴 전 장관은 6일 ABC뉴스의 디스 위크에 출연해 자신의 체력에 대한 트럼프의 비판과 관련, “1초만 사실관계를 파악해보면 누가 그의 말에 동의할 수 있겠는가”라며 “만약 그가 공화당 후보로 지명받으면 그보다 선거운동이 더 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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