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서방 농산물·식품 수입중단…EU-美와 갈등고조(종합3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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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4-08-08 07:49
입력 2014-08-08 00:00

EU “정치적 목적 제재” 美 “러시아 국민이 고통”’제재-보복’ 악순환시 사태 악화 불가피

러시아 정부가 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EU)산 농산물과 식품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은 즉각 정치적 목적에 의한 제재로, 결국 러시아 국민만 고통을 더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처럼 서방과 러시아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불안정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 러, 서방 식료품 전면 수입 중단 = 이타르타스 통신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가 이날 내각회의에서 EU, 미국, 호주, 캐나다, 노르웨이 등에서 생산된 일련의 식품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하는 정부령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제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던 일본은 빠졌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이들 국가에서 생산된 소고기, 돼지고기, 과일·채소, 닭고기, 생선, 치즈, 우유, 유제품 등의 수입을 전면 금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금수 조치가 오늘부터 1년 동안 적용되지만 우리 파트너들이 협력 문제에서 건설적 태도를 보이면 정부는 이 조치의 기간을 재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서방과의 협상 여하에 따라 제재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대해 오랫동안 맞대응을 하지 않았음을 상기시키면서 “우리는 마지막까지 서방 동료들이 제재는 막다른 길로 가는 조치로 누구에게도 필요치 않음을 깨닫길 기대했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항공·조선·자동차 분야로 제재 확대 경고 = 메드베데프 총리는 뒤이어 항공 분야 제재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여객기들이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조지아), 아르메니아, 터키 등으로 가기 위해 러시아 영공을 통과하는 것을 금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사한 조치가 EU와 미국 항공사들에 대해서도 취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실제로 유럽 여객기들의 자국 영공 통과를 금지할 경우 시베리아 항로를 통과해 아시아 지역으로 운항하는 유럽 항공사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메드베데프는 이와 함께 “항공, 조선, 자동차 산업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보호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대(對)서방 제재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다만 “이 같은 조치의 시행은 신중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 개인·법인에 경제 제재를 가했거나 동참한 국가에서 생산된 농산품, 원료, 식품의 수입을 1년 동안 금지·제한한다”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푸틴은 그러면서 정부에 수입 금지 대상이 되는 농산물, 원료, 식품의 목록을 작성하고 구체적인 이행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러시아의 수입 금지는 앞서 지난달 EU와 미국이 러시아의 금융·방위·에너지 산업 분야를 겨냥해 서방에서의 자금 조달 제한, 이중 용도 기술 수출 금지, 심해 탐사 기술 제공 중단 등의 폭넓은 제재를 가한 데 대한 보복 조치로 해석된다.

◇ EU “정치적 목적 보복” 비난 =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나서면서 보복조치 대상이 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수출이 영향을 입는 것은 물론 수입국인 러시아도 공급 차질과 가격 인상 등의 혼란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치로 EU가 입게 될 손실은 120억 유로(약 16조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EU 국가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모스크바 주재 EU 대사 비가우다스 우샤츠카스는 “수입 금지 조치는 러시아의 명성을 떨어트릴 뿐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를 상대로 WTO에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EU 전문가들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러시아 일반 소비자들도 피해를 볼 것”이라며 “러시아 식품 수입의 40%가 EU산”이라고 지적했다.

EU 집행위원회도 대변인을 통해 “러시아의 발표는 명백히 정치적 목적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리스는 러시아 측과 이번 조치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그리스 외무장관이 밝혔다.

러시아의 보복 조치에 EU와 유럽이 다시 추가 제재를 가할 경우 제재의 악순환 사태가 벌어지면서 세계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미국 “러시아 국민이 고통받을 것” =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보복 조치가 결국 러시아 국민에게 고통을 줄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경제의 발을 묶는 것은 물론 러시아 국민이 식품을 구할 기본 권리마저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키 대변인은 또 “그(푸틴 대통령)의 행동으로 러시아인들이 고통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의 데이비드 코언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의 보복 조치로 “러시아 국민이 식료품을 얻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국은 러시아 국민들의 식품 소비를 어렵게 만들 제재 조치는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법적으로도 그런 조치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러시아의 미국산 식료품 수입 중단이 미국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언 차관은 “미국 경제에는 중요하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고, 제이슨 퍼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로라 루카스 매그너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러시아의) 서방 국가나 기업에 대한 보복 조치는 국제 사회에서 러시아의 고립을 심화하고 러시아 경제에 더 큰 해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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