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자들은 이스마일리아시 인근에 위치한 로마와 비잔틴 시대 유물 3천여점이 보관돼 있던 칸타라 박물관의 창고를 부수고 들어가 유물을 약탈했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사카라와 아부시르 지역의 피라미드 인근 창고들도 약탈을 당했고 앞서 지난 28일 세계 최대 규모의 파라오 유물들이 전시돼 있던 카이로 박물관도 약탈을 당해 조각상들이 파괴되고 미라 2구가 훼손되기도 했다.
이처럼 카이로 곳곳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주말 내내 거리에서 자취를 감췄던 이집트 경찰들이 31일 다시 거리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경찰들이 왜 주말에 자취를 감췄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이들이 사라진 동안 카이로에서는 약탈자들이 날뛰고 탈옥수들이 거리를 배회했으며 시민들은 동네를 지키기 위해 방범순찰대를 조직해야 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반정부 시위대와 당국의 대립이 극에 달하는 혼란스러운 시기에 자리를 비웠던 경찰에 대해 강한 불만과 불신을 표시하고 있다.
익명의 한 시민은 당국이 경찰을 고의로 철수시켰다고 주장하며 “(시민들이)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이를 통해 사람들이 독재자를 몰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잊기를 바란 것이다.그것은 ‘나 아니면 혼란’이라는 식의 전형적인 수법이지만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지금까지 최소 125명이 숨지고 수천명이 부상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집트 시민들은 부상당한 시위대의 치료를 위해 자진해서 헌혈에 나서고 있다.
31일 카이로 시내의 한 병원에서는 헌혈을 하기 위해 찾아온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지난 주말부터 병원으로 몰려드는 헌혈자들 덕분에 혈액은행에는 평소 하루 혈액 보유량의 4배가 넘는 하루 1천500팩의 혈액이 들어오고 있다.
아슈라프 마무드 하팀 병원장은 “많은 부상자들이 출혈이 심한 상태”라며 “그들은 혈액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까지 많은 헌혈자들이 몰려 혈액은행이 가득 차는 바람에 병원측에서는 헌혈을 하려고 찾아온 시민들에게 며칠 뒤에 다시 방문해줄 것을 부탁해야 했다.
한편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아랍권 각국이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 정부는 이날 서방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접근을 추가로 차단했다.
지금까지 이란에서 접속이 가능했던 야후뉴스와 로이터 인터넷 사이트로의 접근이 차단돼 영국 BBC방송,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인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과 함께 접속이 차단되는 사이트들이 늘어났다.
이란 정부는 튀니지에서 시작돼 이집트와 예멘 등 아랍권 국가들로 퍼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 움직임을 제2의 이슬람혁명을 초래할 수도 있는 위협적인 상황으로 판단하고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카이로·테헤란·이스마일리아=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