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 서로 다른 미국의 꿈을 외치다
수정 2010-08-30 00:00
입력 2010-08-30 00:00
보수 “명예 회복” vs 진보 “꿈의 실현”
주말인 28일(현지시간) 정치 중심인 워싱턴 DC에서는 보수와 진보 진영의 집회가 동시에 열려 서로 꿈의 회복을 주장했다. 흑인 민권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나는 꿈이 있어요(I have a dream).’ 연설 47주년 기념일인 이날 당시 집회 장소였던 링컨기념관 앞에는 보수 성향의 수십만명이 모여 미국의 명예회복을 내세웠다. 반면 보수 진영에 링컨기념관을 내준 진보 진영은 킹 목사 기념관이 들어서는 장소 인근의 고교에서 수천명이 모여 꿈의 실현을 외쳤다.

워싱턴 D.C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명예회복’이라는 기치 아래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인 티파티 회원들과 벡 지지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일반 시민들도 상당수 끼어 있었다. 지난 2008년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사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참석,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한 보수층의 최대 규모 집회이자 반격인 셈이다.

워싱턴D.C 로이터 연합뉴스
대부분 백인인 참석자들은 “비정치 집회”라는 주최 측의 주장과는 달리 노골적으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본때’를 보여주자고 외쳤다. 텍사스 휴스턴에서 비행기로 왔다는 티파티 회원인 회계사 리사 혼(28)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지아 애틀랜타에서 가족들과 함께 온 사업가 마이크 캐시(56)는 “우리는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모였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세금을 더 올릴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캐시는 ‘오바마를 쓰고 난 티백처럼 다루자. 던져버리자’라고 적힌 티파티 회원 T셔츠를 입고 참가했다.
한편 흑인 민권운동가인 알 샤프턴 목사가 주도한 진보 진영은 1960년대 흑인들만 다니던 학교였던 던바고교에서 기념집회를 가졌다. 샤프턴 목사는 연설에서 “저들(보수진영)이 몰을 차지했지만 우리는 메시지와 꿈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샤프턴 목사는 “킹 목사의 꿈을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앞으로 나가자.”고 촉구했다. 진보 진영은 집회를 마친 뒤 보수진영의 집회가 열린 내셔널몰까지 가두행진을 벌였으나 다행히 보수 측의 집회가 끝난 뒤였기 때문에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47년 전 킹목사 연설을 직접 들었다는 흑인 시브론(80)은 “누구에게든 말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 이것이 민주주의다.”라고 말했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2010-08-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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