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민의 여왕’ 印 마야와티 돌연 후계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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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철 기자
수정 2008-08-12 00:00
입력 2008-08-12 00:00

테러 타깃·총리후 포석·부패수사 대비 등 해석 분분

인도 ‘최하층민의 우상’인 쿠마리 마야와티(52) 우타르프라데시주 총리가 돌연 후계자를 지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도 현지언론들은 11일 마야와티가 자신이 총재로 있는 바후잔사마즈당(BSP) 당원 대회에서 정치적 후계자를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마야와티는 “나의 정치 후계자는 나보다 20살가량이 어리며, 차마르(가죽공) 카스트 출신”이라고 말했다. 후계자의 이름이 담긴 봉투를 측근 2명에게 넘겨줬지만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후계자를 정적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뜻으로 알려졌다.

미혼 여성 정치인 마야와티 역시 불가촉 천민(달릿) 출신이다. 손도 닿으면 안 된다는 인도의 불가촉 천민은 1억 6000만명에 이른다. 정치적 결속력이 높은 이들 대다수가 마야와티의 지지자이다. 그녀에게 ‘달릿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붙는 까닭이다.

이들의 지지에 힘입은 마야와티는 지난해 5월 인도의 ‘정치 1번지’라는 우타르프라데시주 지방선거에서 압승, 주(州) 총리에 올랐다.1984년 정치에 입문한 그녀는 1995년 이후 4번째 주총리를 맡았다. 지난달 실시된 내각 불신임 투표에서 9개 야당을 결집시켰다. 선거에서 졌지만 차기 총리 후보로서 지도력을 과시했다.

늦어도 내년 5월 치러질 총선에서 집권 국민회의당이나 제1야당인 인도국민당(BJP)이 단독 과반수 확보가 어려운 만큼 야권을 결집시킨 마야와티의 몸값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녀는 상위 카스트와 무슬림 등과도 연대를 통해 외연도 넓히고 있다. 주가가 높아진 마야와티가 후계자를 갑자기 선정한 이유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미 테러에 타깃이 됐다는 설, 국가 총리에 오를 경우에 대비한 포석 등의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마야와티의 부패혐의에 대한 수사가 가속화되고 있어 체포될 경우 자신을 옹호해 줄 후계자를 선정했다는 분석도 유력하다. 그녀가 수백만달러의 재산을 굴리며, 생일파티에 다이아몬드를 치장한 채 나오는 등 축재과정이 불투명하다고 외신들이 전하고 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2008-08-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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