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이끄는 여성 리더] (2)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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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6-08 00:00
입력 2006-06-08 00:00

취임후 실업 줄고 경제 회복세 ‘말보다 행동’으로 국민에 신뢰

|파리 함혜리특파원|지난 1990년 통독(統獨) 이후 독일의 기업들과 소비자들이 요즘처럼 미래에 대해 강한 신뢰를 보낸 적은 없었다. 실업자 수도 점차 줄고 있으며 올해 1.6%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등 독일은 ‘유럽경제의 기관차’ 명성을 되찾고 있다.

독일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의 바람을 가져 온 주인공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다.‘메르켈 효과’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

지난해 11월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에 오른 메르켈은 기민당(CDU)-기사당(CSU) 연합과 사민당(SPD)의 대연정 정부를 이끌며 개혁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총선에서 226석을 차지한 기민-기사 연합은 사민당(224석)과 대연정을 하면서 200여쪽이나 되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양측의 노선이 기본적으로 다른 탓에 합의문에 포함된 정책들이 제대로 실현될지 의문을 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성장과 복지 두 마리 토끼 잡나

메르켈 총리는 이런 우려가 무색하게 그동안 보수진영의 반대로 사민당 정권이 손대지 못했던 정책들을 하나씩 해결하고 있다. 퇴직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높였다. 내년 1월부터 예정대로 부유세가 부활된다. 부가가치세(VAT)율은 현행 16%에서 19%로 인상된다.

메르켈은 선거전이 한창일 때 사민당으로부터 ‘아이도 낳아보지 않은 사람이 자녀양육과 관련한 정책을 제대로 펴 나가겠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메르켈은 맞벌이 부부의 육아부담을 덜어주고, 출산율을 높이려고 ‘부모 수당’을 대폭 확충하는 것으로 답했다. 말은 아끼되,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메르켈의 스타일이다.

개신교 목사의 딸로 태어나 동독에서 교육받고, 물리학 박사학위를 가진 과학자인 그의 출신배경과 무관치 않다.

안에서는 성장과 복지를 함께 추구하는 정책을 펴고 밖으로는 실리와 명분을 적절히 챙기는 외교정책으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도 키워 나가고 있다.

독일이 동유럽까지 포함된 유럽연합(EU)의 중심 국가로 활동할 것임을 천명한 메르켈은 첫 과제로 유럽헌법의 부활을 채택했다.

메르켈 총리는 6일(현지시간) 라인스베르크 고성에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독일이 EU 순번제 의장국이 되는 2007년 상반기에 EU헌법 제정 논의를 다시 시작, 프랑스가 의장국을 맡는 2008년 하반기에는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우호관계 회복…실리외교 중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때의 편향된 외교를 바로잡겠다는 공약도 지켜나가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헬로, 안젤라”라고 인사를 건넬 정도로 미국과 우호관계를 회복했지만 인권문제 등에 대해서는 미국의 태도에 반대한다. 러시아와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되 천연가스 등 에너지 문제에서는 실리를 챙기는 쪽이다. 이란 핵문제에는 전임자보다 훨씬 강경하다.

이런 외교행보는 조용한 기성 외교계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메르켈은 역대 총리에 대한 업무수행 만족도 조사 중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취임 6개월이 지나면서 분위기는 다소 바뀌고 있다. 기업과 보수진영은 개혁 속도가 부진하다고 비판한다. 세금 인상을 통한 재정적자 축소 정책은 야당뿐 아니라 대연정 내에서도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노조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메르켈은 흔들리지 않는다. 급격한 개혁보다는 국민 전체의 합의가 바탕이 된 개혁이어야 가능하며, 이는 또 다른 ‘라인강의 기적’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lotus@seoul.co.kr

약력

▲1954년 7월17일 함부르크 출생 ▲라이프치히 대학교에서 물리학 전공 ▲1978∼89년 동베를린 물리화학연구소에서 근무 ▲1991년 헬무트 콜 총리에 의해 여성청소년부 장관으로 발탁 ▲1994년 환경부 장관 ▲2005년 독일 총리에 취임
2006-06-0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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