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제작비 250억원의 초대형 정통사극으로 야심차게 출격한 MBC 50부작 주말극 ‘무신’이 이렇다할 반향 없이 고전하고 있다. MBC가 26일 방송한 6회에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며 홍보하고 나섰지만, 고작 전국시청률 9.7%(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로 한자릿수의 저조한 성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렇듯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뭘까. 타깃 설정과 기획의도에서 벗어난 채 시선끌기에만 주력한 것이 패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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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시선끌기 꼼수에 가족시청층 눈살
’무신’은 고려시대 몽골의 침략에 맞서 싸운 삼별초와 그들의 힘을 하나로 모은 팔만대장경을 재조명한다는 기획의도로 지난 11일 첫 방송했다. 또, 무신정권에서 노예 출신이지만 최고 권력에 오른 김준(김주혁)이라는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중심 삼아 퓨전사극이 아닌 정통사극을 표방했다. ‘무신’의 제작진인 김진민 PD와 이환경 작가는 제작발표회에서 정통사극으로서 대장경과 몽고항쟁 등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기도 하다.
이같은 취지로 ‘무신’은 MBC 사극 최초로 주말 오후 8시40분에 편성됐다. 지난 2010년 11월부터 오후 9시 시간대에 드라마를 편성한 MBC가 처음으로 사극을 내세운 것이고, 또 주말 오후 9시45분대 방송했던 ‘김수로’ 이후로도 약1년6개월만에 주말 사극을 편성한 것. ‘무신’이 주말 저녁 온 가족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사극으로 만들 것이라는 의도였다.
그럼에도 ‘무신’은 첫 회부터 주인공이 김준 등 승려들이 매를 맞고 고문을 당하는 등 잔인한 장면으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2회에서는 월아(홍아름) 등 끌려온 여자 노비들이 전라로 신체검사를 받으며 공포에 질리는 내용이 나오면서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에는 김준이 생사기로가 갈리는 절체절명의 격구 장면으로 사투가 계속되면서 유혈이 낭자한 장면으로 자극적인 시선끌기가 연이어지고 있다. 4회 격구장면에서는 참가자의 목이 날아가는 장면까지 나와 시청자들로부터 “너무 잔인하고 무섭다”는 비난을 샀다.
결국 온가족이 시청하기에는 어려운 화면으로 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다. 김진민 PD는 격구신에서 인기배우 김주혁의 액션활약으로 여성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겠다는 의욕도 보였지만, 너무 잔혹한 장면에 여성팬들 역시 시선을 고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격구 드라마’ 되면서 몽고-대장경 이야기는 괴리감
아직까지 ‘무신’에서 다루려고 하는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구성되지 못하는 점도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6회에서는 대하사극 특유의 내레이션으로 고려 무신 정권이 직면했던 몽고, 거란 등과의 역학관계 등 시대적 배경이 다뤄지고, 다른 한 편으로는 수기대사(오영수)가 팔만대장경에 대한 설명을 하는 이야기가 전개됐다.
그러나 드라마 줄거리의 중심이 되는 김준의 격구 장면에 너무 초점이 맞춰지면서 대몽 등 북방의 긴장감에 대한 내레이션이나 대장경 이야기는 뜬금없이 느껴지며 괴리감이 생겨 연출의 미가 발휘되지 못하는 아쉬움을 샀다.
KBS 정통사극들이 역사적 배경지식과 극적 재미를 동시에 주며 시청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어왔던 것과 비교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무신’의 이환경 작가는 ‘용의 눈물’, ‘태조 왕건’ 등으로 숱한 인기 대하사극을 집필한 경험이 있던 터라 ‘무신’을 기대했던 팬들을 더욱 아쉽게 하고 있다.
MBC가 자체 제작으로 약 250억원이라는 블록버스터급 제작비를 들이면서 세트제작과 무술액션에 공을 들여 볼거리 많은 초대형 액션사극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태운 결과라고 보기에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초반 성적이다.
초반 눈길끌기용으로 배치한 격구장면은 특히 MBC가 심혈을 기울였지만 너무 길게 이어지면서 시청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주인공인 김주혁이 4개월전부터 승마를 비롯해 각종 마상 무예를 훈련 받았다며 대대적으로 홍보를 한 격구대회 장면은 지난 18일 3회부터 6회까지 무려 방송 4회분에 계속되고 있어서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시청자들이 “격구 드라마냐”는 등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