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리선권과 인사 조치/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수정 2018-11-04 22:02
입력 2018-11-04 20:28
그렇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통일부 장관의 카운터파트로 품위를 지켜야 하는 리 위원장의 격 낮은 언사에 대해 인사를 비롯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있는가. 1994년 3월 조평통의 박영수 부국장은 제8차 남북 실무접촉에서 우리 측을 향해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다. 전쟁 나면 서울은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 발언이 전해진 뒤 박영수는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회담 대표단에서 제외됐다.
태 전 공사는 “인사 조치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한 것도 아니고 당 정책에 어긋나는 말도 아닌 한 가만 둘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일단 서울에서 소동이 났으니 내부적으로 한 번 경고는 주었을 것이고 리선권도 앞으로 주의할 것”이라면서 “남측도 이번 기회에 이런 매너 없는 행동과 발언을 삼가야 한다고 북측에 따끔히 말해야 북한도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위원장은 2016년 6월 조평통이 노동당 외곽 사회단체에서 국가기구로 승격되면서 군복을 벗고 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그 전까지는 2006년부터 남북 장성급 회담이나 군사실무회담의 북측 대표로 나선 손에 꼽는 남한통이다. 대남 관계 인력풀이 넉넉하지 않은 북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그를 대남 관계 업무에서 빼는 결단을 내리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리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는 이벤트는 11월 말, 12월 초로 예정된 남북 철도 연결 착공식이다. 등장 여부는 물론 등장한다면 ‘냉면 목구멍’, ‘배 나온 사람’ 발언을 어떻게 수습할지가 관심이다.
2018-11-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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