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가상화폐 광풍/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수정 2018-01-09 22:28
입력 2018-01-09 22:22
가상화폐는 화폐 사용과 거래에 참여하는 개인들 사이의 계약이다. 뚫리지 않는다는 블록체인으로 이루어진 디지털 계약이다. 국가를 넘어선 개인들이 발행하니 태생적으로 국제 화폐다. 현재의 블록체인 기술이 더 발달하고, 가상화폐를 매개로 한 상품과 서비스 교환이 보편화된다면 개별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의 지위를 넘볼 수도 있다. 종이 화폐에 비해 발행 비용이 제로에 가깝고, 거래 비용이 훨씬 낮으며, 국경을 넘나드는 속도와 편의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자유시장 경제에 딱 들어맞는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강점은 화폐로서의 안정성이 담보될 때에 한해 작동한다. 국가의 신용 담보가 없는 만큼 불안정성이 너무 강해 거기 기생하는 투기 광풍이 상존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이 자국 화폐를 위협하는 가상화폐에 신용을 담보해 줄 리도 없다. 며칠 전 한 대학생이 등록금을 가상화폐에 투자해 수십 배의 수익을 올리자 그 부모가 다시 목돈을 끌어다 맡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10대, 20대 청년들이 너도나도 용돈을 가상화폐에 넣고 밤을 지새운다고 한다. 젊은이들에게 노력의 가치, 노동의 의미를 설명해 주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sdragon@seoul.co.kr
2018-01-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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