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시진핑의 권력투쟁/오일만 논설위원

오일만 기자
수정 2017-07-27 01:09
입력 2017-07-26 23:18
집권 후 그는 반부패 투쟁을 통해 18만명의 부패 관료들을 낙마시켰다. 지난 3월 덩샤오핑 이후 처음으로 ‘권력핵심’으로 불리며 사실상 1인 체제를 굳혔다. 삼십육계 중 하나인 소리장도(笑裏藏刀·웃음 속에 칼을 숨기다)의 내공이 묻어난다. 덩샤오핑에 버금가는 권력을 쥔 그의 인생 여정을 보면 권력의 달인 마오쩌둥보다 무서운 책략가로 보인다.
이런 그가 새로운 권력투쟁을 시작했다. 자신을 이을 유력한 차세대 지도자였던 쑨정차이 전 충칭시 서기를 낙마시킨 것이다. 쑨 전 서기는 49세이던 2012년 18차 당 대회에서 최연소 정치국원에 오른 인물이다. 공청단의 황태자로 명성을 날렸다. 쑨의 실각은 시 주석이 1인 체제를 굳히는 동시에 장기 집권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예리한 칼끝이 공청단으로 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치 문법이 새롭게 쓰이고 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덩샤오핑이 확립한 집단지도 체제와 현 권력이 차차기 권력을 지정하는 ‘격대지정’(隔代指定) 등 기존 관행이 송두리째 바뀔 가능성이 크다. 차기 후계구도가 결정될 올가을 19차 당 대회가 분수령이다. 시 주석 1인 집권 체제로 갈지 반대파 역공에 권력이 휘청댈지 주목되는 이유다.
2017-07-27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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