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약하고도 강한 대통령 경호/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수정 2017-05-16 22:54
입력 2017-05-16 22:54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이 있었던 2015년 6월 22일. 도쿄 시내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 아베 총리가 참석했다. 1000명이 모인 행사인 만큼 장외에 배치된 경호원이 눈에 띄긴 했다. 행사장 입장에는 이름 확인과 소지품 검사, 검색대 통과가 전부였다. 아베 총리가 나타나 축사를 시작하고, 가까이서 그를 보려고 2m까지 다가갔다. 하지만 필자를 제지하는 우리처럼 매서운 눈매의 경호원은 보이지 않았다. ‘바뀌지 않은 허술함’에 놀랐지만 ‘양복 안 권총을 쥐고 어디선가 나를 보고 있을 것’이란 생각은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11일 전남지사 퇴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경호에 관한 재미난 얘기를 들려줬다. 이 후보자는 “대통령이 총리, 국정원장, 비서실장, 경호실장 지명을 끝내고 각자에게 특별한 당부를 했는데 (주영훈) 경호실장에게 ‘경호 좀 약하게 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더니 경호실장이 곤혹스러워했다”고 전했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특수한 현실에서 대통령 경호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지만 “과하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있어 왔다.
일본의 총리 경호는 도쿄도 관할의 경시청 경호과 경호제4계에서 맡고 있다. 100명 규모의 관저 경비대 또한 경시청 소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청와대 경호실을 폐지하고 경찰청 산하 대통령 경호국으로 위상을 조정한다고 공약했다. 공약의 이행도 주목되지만 국민들이 대통령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약하고도 강한 경호’도 소중하다. 주영훈 신임 경호실장의 과제일 것이다.
황성기 논설위원
2017-05-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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