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흡연 경고 그림/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수정 2016-12-23 23:57
입력 2016-12-23 22:52
정부나 금연단체 등이 애연가들에게 갈수록 ‘협박 수위’를 높여 가는 것은 흡연의 폐해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흡연은 대부분의 암과 심혈관계 질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조기 사망의 주요 원인이 됨은 물론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선 2013년 기준 흡연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7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그 때문에 정부는 ‘이래도 계속 피울래?’라고 협박이라도 하듯 금연 정책을 쏟아낸다. 흡연자들을 건물 밖으로 내쫓았고, 담뱃값을 크게 올리기도 했다. 금연에 어렵게 성공한 사람들에겐 모두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것들이다.
자발적이든, 정부의 캠페인에 의해서든 흡연율은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남성 흡연율은 39.3%로 전년보다 3.8% 포인트 하락했다. 남녀 중고생 흡연율도 낮아졌다. 담뱃값 대폭 인상이라는 충격요법이 어느 정도 먹힌 덕분이다.
흡연자들을 괴롭힐 또 하나의 충격요법이 어제부터 시행됐다. 혐오감을 주는 흡연 폐해 경고 그림들이 모든 담뱃갑에 부착된 것이다. 종양 덩어리를 입에 문 구강암 환자 모습, 시커멓게 변한 폐를 잘라 내는 폐암 수술 장면 등이 담뱃갑 상단을 차지했다. 담뱃갑의 흡연 경고 그림은 캐나다에서 처음 도입한 이후 현재 101개국에서 시행 중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크든 작든 금연 효과를 봤다. 담뱃갑 앞뒷면의 75%를 경고 그림으로 채운 캐나다에선 도입 1년차에 담배 소비량이 9.4% 줄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그림 면적이 앞뒷면 상단 30%에 불과해 효과가 제한적일 수도 있다. 벌써 경고 그림을 가릴 수 있는 담뱃갑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혐오감 요법’이 애연가들의 ‘저항’을 누르고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2016-12-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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