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이이제이’ 정치 드라마/박건승 논설위원
박건승 기자
수정 2016-12-06 01:00
입력 2016-12-05 22:48
지난달 29일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는 이이제이 전략이었다. 여당과 야당 간에, 그리고 친박계와 비박계 간에 웬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상황이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원했던 그림은 맞아떨어지는 듯해서 야권은 자중지란에 빠졌다. 여당 비박계는 감추었던 본색을 드러냈다. 친박계는 기다렸다는 듯이 ‘4월 퇴진-6월 대선’으로 화답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간계는 기본적으로 상대를 그럴듯하게 속여야 주효하는 법. 어설프게 구사하면 오히려 치명적인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은 담화 발표 불과 다음날에 “야당은 약이 좀 오르고 대오가 흐트러지지 않았을까”라고 비아냥댔다. 스스로 이간계란 속내를 드러내 보이는 패착을 둔 꼴이다. 작가 유시민은 이들을 ‘똑똑한 바보’라고 일침을 놓았고, 비박계는 결국 탄핵 대열 회군을 선언했다.
정치 드라마는 반전의 연속이다. 한번 눈을 붙이면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지난 3일 전국에서 232만명이 운집한 촛불집회에서는 이전과 다른 진지하고도 강경한 기류가 엿보였다. 축제의 여운은 엷어졌다. 촛불을 든 시민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줄어들었다. 구호는 한층 직설적으로 바뀌었다. 비폭력은 유지했지만 비장함이 흘렀다. 처음으로 대규모 횃불 행렬이 등장했다. 민심은 뜨겁고 국민은 차갑다. 박근혜식 ‘이이제이 정치’의 결말은 어떠할까.
박건승 논설위원 ksp@seoul.co.kr
2016-12-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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