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백남기씨 부검 논란/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수정 2016-09-26 23:21
입력 2016-09-26 22:44
2009년 용산 재개발 철거 현장에서 많은 사람이 숨진 ‘용산참사사건’에선 경찰이 철거민 유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사고 당일 부검을 해 강한 의혹을 샀다. 미리 유족에게 통보해야 하는 법규정을 무시하고 작전을 치르듯 부검했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두개골이 훼손되고 이빨이 없는 등 시신 상태 등을 이유로 국과수의 ‘화재사’ 결론을 믿을 수 없다며 유족 입회하에 재부검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민중 총궐기 시위 도중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의식불명에 빠졌던 백남기씨가 며칠 전 숨지면서 시체 부검을 놓고 경찰과 유족 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유족의 반대에 압수수색 검증 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 의해 기각당했다. 유족은 “피해 상황에 대한 증거와 상세한 의료기록, 검안의 의견서 등 사망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 있다”며 부검에 반대하고 있다. 부검은 변사 사인을 밝히는 데 필수 과정이다. 다만 시신을 눈으로 검사하는 현장 검안과 의료기록만으로 사인 소명이 충분하면 생략된다. 백씨 사건처럼 경찰이나 유족, 정치권의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엔 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자칫 정치적 이해에 휘말리기 쉽기 때문이다. 부검이 꼭 필요하다면 이한열·박종철군의 사례처럼 유족이 신뢰하는 전문가 입회하에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해봄 직하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2016-09-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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