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뼈아픈 슈퍼 마리오 퍼포먼스/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수정 2016-08-24 23:01
입력 2016-08-24 22:56
아베의 마리오 퍼포먼스를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2020년 도쿄올림픽이 성공을 거두려면 자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을 보여 준 것으로 해석한다. 아베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2018년 9월 끝나는 만큼 당헌을 개정해 임기를 늘리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시했다는 것이다. 한·일 마찰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아베라지만, 일본 국내 정치에 이래라저래라 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정치적 의미가 어떻든 중계방송을 지켜보면서 부러웠다는 것이 감출 수 없는 속마음이다.
아베 퍼포먼스는 4년이나 남은 도쿄올림픽이 이미 주(主)엔진의 회전수를 높이고 있음을 보여 준다. 반면 1년 반밖에 남지 않은 평창올림픽은 이미 가동을 시작했어야 마땅한 ‘로드맵’조차 아직 점화 이전 단계가 아닌지 걱정스럽다. 2014년 소치올림픽 폐막식에서 2018년 평창올림픽을 알리는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리우올림픽 기간에도 평창조직위원회가 코파카바나 해변에 평창 홍보관을 만들기는 했다. 그렇다 해도 한국 스포츠 외교는 리우올림픽에서 훨씬 더 치열하게 평창을 각인시켜야 했다.
한국이 비슷한 퍼포먼스를 아예 할 수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세계인이 공감하는 캐릭터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에게 강점이 있는 정보기술(IT) 분야마저 일본에 선수를 빼앗겼다는 것이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폐(廢) IT 기기의 금속을 재활용해 금·은·동메달을 만드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평창올림픽이 과연 어떤 아이디어로 ‘환경올림픽’을 구현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런 점에서 평창을 준비하는 사람들만큼은 마리오 퍼포먼스를 재미가 아닌 충격으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6-08-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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