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괴담 사회/최광숙 논설위원

최광숙 기자
수정 2016-07-28 00:32
입력 2016-07-27 22:42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 일본에서는 ‘맥아더의 할머니는 일본인이다’, ‘일본인 첩의 자식이다’는 등 맥아더 장군의 일본계설이 나돌았다. 미국인이 점령군의 총사령관으로 일본에 부임하자 무서운 피바람이 불 것이라며 두려워했는데 막상 미군이 일본에 우호적인 정책을 펴자 나온 소문이었다. 일본인들이 받아들이기 애매한 상황에 부닥치자 그럴듯하게 유의미한 해석을 붙인 것이다.
최근 부산과 울산에 나돈 ‘지진 괴담’도 비슷하다. 이 지역을 휩쓴 가스 냄새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자 지진의 전조 현상으로 엉뚱하게 해석을 한 것이다.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의 개미 떼가 “동물이 자연재해 조짐을 먼저 알아챈 것”으로 억측했다. 경남 구조리 해수욕장에서 잡힌 1.7m의 기괴한 갈치도 “지진 전에 심해어가 출몰한다”고 갖다 붙였다.
‘광우병 괴담’부터 시작해 ‘천안함 괴담’, ‘메르스 괴담’ 등을 거쳐 최근에는 ‘사드 괴담’까지 어떤 사건만 터졌다 하면 황당한 괴담이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다. 인터넷 등 정보 전달 체계가 더욱 다양해졌지만 괴담은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그 과정을 보면 우선 객관적인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사람들의 불안 심리가 괴담을 만들어 내고 전달하는 과정에 그럴듯한 목격담이나 증언담이 더해지면 괴담은 더욱 증폭된다. 더구나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괴담의 속성 때문에 마구잡이로 퍼져 나간다. 대부분 설마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식이다.
하지만 풍평피해라는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정부는 괴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렇다고 괴담을 ‘중범죄’로 단호하게 처벌하라는 것은 아니다. 진실과 괴담 사이의 간격을 메우려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 제공이 먼저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6-07-2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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