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국립무형유산원 작명론/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수정 2016-06-06 22:42
입력 2016-06-06 22:34
무형문화유산에 관한 한 국립무형유산원의 권위는 한마디로 최고다. 보존하고 발전시킬 가치가 있다고 국가적으로 공인된 프로그램만이 이곳 전시장이나 무대에 오를 수 있다. 무형유산원의 목표는 무형유산의 단순한 보존이 아니라 창조적 계승 발전이다. 그런 만큼 무형유산원을 한 바퀴 돌아 보면 ‘문화유산’이라는 단어에서 흔히 풍겨지는 구태의연함과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무형유산원은 대지 5만 9930㎡에 건축면적 1만 3519㎡에 대·소 공연장과 다양한 목적의 전시장 및 교육공간, 여기에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숙박 공간까지 갖추고 있다. 무형문화유산의 새로운 성지(聖地)로 발돋움하기에 모자람이 없을 만큼 공들여 지은 복합문화공간이다. 문제는 이런 역할을 하는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다.
무형유산원은 한옥마을과 전주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한옥마을은 일년 내내 탐방객으로 북적이지만 전주천의 불과 스무 개 남짓한 돌다리 너머 무형유산원은 한산하다. 지금도 한옥마을과 무형유산원 프로그램을 묶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문화 관광 자원이지만 현실은 기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 무형유산원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데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문화 소비자의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문화유산의 미래는 밝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성과의 하나로 한옥마을을 잇는 다리도 곧 착공할 것이라고 한다. 그럴수록 무형유산 보존발전 정책 기능만 강조한 이름이 문화 소비자로 하여금 심리적 거리를 갖게 한다는 지적에도 지혜를 모아야 한다. 기관 이름은 당연히 유지하되 공간 이름은 문화시설답게 지어 문화 소비자에게 다가가자는 것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6-06-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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