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리야드로/박홍기 논설위원
박홍기 기자
수정 2016-05-16 17:58
입력 2016-05-16 17:58
선지자 마호메트를 따르는 수니파는 지도자 회의에서 적임자를 뽑는 반면 마호메트의 사위 알리를 추종하는 시아파는 마호메트의 혈육을 후계자로 삼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수니파와 시아파의 신도 수는 대략 8대2다. 전 세계의 이슬람 신도 16억명 중 85% 이상이 수니파다. 사우디는 중동 수니파의 좌장 격인 데다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에서 영향력이 크다. 그러나 신도 수와는 달리 이란은 영토·인구·지하자원 등에서 사우디와 비슷하다. 균형 외교가 필요한 이유다.
사우디 입장에서는 한·이란의 밀월 관계가 달가울 리 없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ARAMCO)가 서울에 자국 수도 리야드의 이름을 딴 ‘리야드로(路)’를 만들자는 제안을 내놨다. 국내 계열사인 에쓰오일(S-Oil)을 통해서다. 아람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부왕세자가 최고위원회 의장으로 있는 곳이다. 사우디의 뜻인 셈이다. 대상 도로는 마포대교 북단에서 마포구 아현삼거리로 이어지는 마포대로다. 에쓰오일 본사가 있다.
강남구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테헤란로’를 본뜬 듯하다. 강남역에서 삼성역까지 3.7㎞ 구간이다. 테헤란로는 1977년 서울과 이란의 수도 테헤란과의 자매결연 때 도로명을 교환하기로 합의한 결과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외국 수도 이름을 쓰는 도로다. 테헤란에도 서울로가 있다.
관할 구청인 마포구는 마포대로라는 공식 도로명 이외에도 ‘귀빈로’라는 별칭이 있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마포대로는 김포공항을 빠져나온 외국 귀빈들이 마포대교를 건너오면서 서울의 참모습을 본다는 유래에서 ‘귀빈로’라고도 불렸다. 마포구의 주장도 일리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서울시가 나설 필요가 있다. 마포대로가 안 되면 다른 도로라도 ‘리야드로’로 역제안하기 위해서다. 달리 균형 외교가 아니다. 자원이 무기인 세상이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6-05-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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