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점심 경매/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수정 2016-05-09 00:23
입력 2016-05-08 22:58
애플의 최고경영자 팀 쿡이 경매에 부친 점심 티켓이 지난주 6억원에 낙찰됐다고 한다. 이 돈은 케네디인권그룹 후원에 쓰인다. 팀 쿡과의 점심 경매 행사는 이번이 네 번째다. 2013년 첫 경매에서 약 7억원, 2014년 3억 8000만원, 지난해 2억 2000만원에 낙찰됐다. 금액이 점점 낮아지면서 애플의 기우는 사세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뒷이야기가 무성했지만, 이번에 크게 올라 우려를 불식하게 됐다.
국내에선 수년 전 하나HSBC생명이 1000명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함께 점심 먹으며 재테크 상담을 하고 싶은 사람’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워런 버핏이 1위로 뽑혔고, 2위는 의사이면서 투자 관련 베스트셀러 작가인 박경철씨가 차지했었다. 3위는 장하성 펀드로 유명한 장하성 고려대 교수였다.
박경철씨나 장 교수와의 점심 경매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국내에서도 유명인과의 점심 경매 사례는 있다. 지난해 미술품 경매사인 K옥션이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힐링 만찬과 멘토링’을 경매에 부쳤다. 낙찰 금액 1000만원은 식사비만 빼고 전액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해 쓰였다. 유명인의 점심 경매는 ‘고도화된’ 재능 기부다. 재능이나 인격에 값을 매긴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지만, 기부라는 큰 틀에서 용인될 만하다. 다양한 형태의 점심 경매가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2016-05-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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