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콜더의 모빌과 잡스/문소영 논설위원
수정 2013-10-04 00:24
입력 2013-10-04 00:00
콜더는 1926년 파리로 가 철사와 천, 가죽, 고무, 코르크 등을 활용한 관절 인형을 만들어 두 시간짜리 ‘콜더 서커스’를 6년간 운영했다. 아파트 월세를 내려고 시작한 이 서커스로 화제를 모은 콜더는 자신의 몽파르나스 작업실을 찾아온 피터 몬드리안, 호안 미로, 장 아르프, 마르셀 뒤샹 등 당대의 화가들과 장 콕토 등 작가와 교류하게 된다. 특히 콜더는 1930년 몬드리안의 작업실을 방문해 흰 벽에 걸린 원색의 색면분할된 그림에 충격을 받았다. 몬드리안에게 “이 사각형이 움직이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슬쩍 말할 정도였다. 이 만남 이후 콜더는 직접 추상화 20여점을 그리며 궁리를 한 끝에 ‘움직이는 그림’이자 ‘움직이는 조각’인 모빌을 만들었다. 철사에 매달려 바람에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색색의 조각들을 보고 ‘모빌’이란 이름을 붙여준 이는 뒤샹이었다. 콜더의 모빌은 미로의 추상화를 감상하는 듯하기도 한데, 둘이 영향을 주고받은 덕분이다. 현대 조각사의 혁신은 이처럼 1920~30년대 세계 미술의 선구자들이 서로 만나 거리낌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전 세계에 ‘애플빠’를 거느리고 있는 스티브 잡스도 골방에서 나홀로 작업하지 않았다. 그는 고등학교 5년 선배이자 휼렛 패커드(HP) 직원인 스티브 위즈니악를 설득해 ‘차고 창업’에 끌어들이고, 마침내 최초의 개인용컴퓨터 애플Ⅱ를 세상에 내놓았다. 물론 애플이 제시한 아이폰의 혁신은 생각보다 놀라운 것이 아니라고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정보기술(IT)의 천재들이 이미 시장에 내놓은 기술 중 소비자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기술과 디자인을 골라 과거와 다른 상품을 만들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기술을 새롭게 인식하고 발굴해 신기술과 접목하는 능력은 개방적인 교류와 소통에서 싹트는 것이 아니겠는가. 창조의 원천은 밀폐된 공간의 책상머리에 앉아 죽은 지식을 암기한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리고 있는 콜더 전시가 ‘혁신’의 방식과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3-10-0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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