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소나무처럼/임창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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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 기자
임창용 기자
수정 2022-10-05 02:23
입력 2022-10-0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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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길섶에서
모처럼 동네 뒷산에 올랐다. 평소 즐겨 오르는 산인데 늦여름 폭우에 이은 태풍으로 한동안 찾지 못했다. 산은 이미 가을의 한가운데에 있다. 참나무숲 사이로 비치는 햇볕이 서늘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들이 팔랑거리며 눈앞에 내려앉는다. ‘타닥타닥’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적막을 깬다. 깊게 파인 등산로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역대급 폭우와 강풍이 참 난폭하긴 했다. 깊은 상흔이 아물려면 또 얼마의 시간이 흘러야 할까.

울적해진 마음을 위로한 것은 역설적으로 쓰러질 뻔하다 살아난 소나무들이었다.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지다 바로 옆 소나무에 걸려 죽음을 면한 소나무들. 옆의 ‘동료’가 없었다면 그대로 쓰러져 뿌리를 드러낸 채 죽었을 나무들이다. 여전히 잎이 푸른 걸 보니 살아 있는 게 분명하다. 이제 누군가 받침대를 대 바로 세우면 천수를 누릴 것이다. 인간 세상도 이처럼 기대고 받쳐 주는 소나무들 같았으면.





임창용 논설위원
2022-10-0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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