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물길/박홍환 논설위원
박홍환 기자
수정 2021-08-19 01:47
입력 2021-08-18 20:18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서 시작해 인제읍 합강리 방향으로 흐르는 북천(北川)은 내설악 깊은 곳에서 흘러내리는 백담천까지 품고 웅장한 물길을 이어 간다. 집채만한 바위부터 작은 돌멩이까지 조화롭게 깔린 내를 형성하는데 구만동 계곡과 십이선녀탕 계곡 등 곳곳에 크고 작은 못이 많아 한여름 최적의 가족 피서지로 꼽힌다. 매년 이맘때 꼭 한 번 이상은 들른다.
최근 북천 상류를 찾았다 깜짝 놀랐다. 몸을 담가 더위를 식혔던 크고 작은 못들이 모두 사라지고, 들어갔다간 금방 휩쓸려 떠내려갈 듯 급류만 흘렀다. 지난해 홍수 때 성난 물살이 계곡의 지형을 모두 바꿔 놓았다고 한다. 새삼 자연의 거대한 힘을 실감했다. 코로나에 물길마저 변해 올해 장사를 망친 펜션 주인의 반응이 걸작이다. “언젠가 또 큰물이 흘러내리면 원래 물길을 되찾겠지요.”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2021-08-1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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