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첫 수확/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이동구 기자
수정 2021-07-30 03:18
입력 2021-07-29 22:02
산책길에 주렁주렁 열린 대추를 발견한 지 일주일 전쯤인가. 주민들이 늘 다니는 동네 산책로에 심어진 큰 대추나무에 제법 많은 열매가 차츰차츰 익어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푸릇푸릇한 채 씨알도 크진 않지만 모양은 제법 갖췄다. 인근에는 산사과로 알려진 작은 열매들이 붉은 색으로 단장해 가며 탐스럽게 열려 있었다.
동네를 한 바퀴 도는 산책에서 열매들을 무심코 지나쳤지만 오늘 아침엔 야릇한 유혹을 참지 않았다. 아직 풋내가 가득한 대추 열매 수십 알을 따 주머니에 넣어 왔다. 산사과도 몇 꼭지 땄다. 반바지 주머니 한쪽을 불룩하게 채우니 학창 시절 포도밭도 떠오르며 콧노래가 절로 났다. 열매를 작은 병 2개에 나눠 담은 뒤 소주 1명씩을 가득 채웠다. 직접 만들어 보는 첫 과실주. 언제쯤 맛볼 수 있을까.
이동구 수석논설위원 yidonggu@seoul.co.kr
2021-07-3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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