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수수꽃다리/오일만 논설위원

오일만 기자
수정 2021-04-16 02:52
입력 2021-04-15 20:22
해방 혼란기 미국의 한 식물채집가가 북한산 백운대에서 얻은 수수꽃다리 종자를 미국에 가져가 지금의 라일락으로 개량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우리가 이 꽃의 진가를 일찍 알아보고 공을 들였다면 세계 꽃시장에서 ‘수수꽃다리’로 불렸을지도 모른다.
가만 생각하니 살가운 우리꽃 이름이 한둘이 아니다. 해를 바라보고 방향을 튼다고 해서 붙여진 ‘해바라기’는 영어식 ‘선플라워’보다 정감이 있다. 가을 바람에 살랑대는 ‘살사리’라는 이름의 꽃이 우리에게 익숙한 코스모스다. 우리의 정서와 우리의 이야기가 담긴 이름이라 그런지 정겹다. 지금이라도 에델바이스를 솜다리꽃으로 부르고 아이리스를 붓꽃이란 우리말 이름으로 부르면 어떨까.
oilman@seoul.co.kr
2021-04-1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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